유통물량·공모가 낮췄지만 고평가·금리 인상 등 불안…발상의 전환이냐 숨통 틔우기냐
쏘카가 지난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쏘카가 카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며, 국내 유니콘 기업 최초 코스피 상장 도전이다. 8월 1~2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8월 8~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해 8월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인수 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쏘카는 공모주로서 매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물량을 줄였다. 투자자들에게 쏘카의 부담 요소 중 하나는 기존 주주기 때문이다. 쏘카는 상장일 엑시트 가능성이 높은 법인, 벤처투자조합,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상당하다. 그러나 쏘카는 총 3363만 5652주 중 상장일 유통 가능한 기존 주주 물량을 5.46%(183만 6218주)로 틀어막았다. 기존 주주 물량 약 49%가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보호예수로 묶였다.
이로써 쏘카의 상장일 유통물량은 기존 주주와 공모 주주 포함 총 547만 6218주로, 비율은 전체 주식 수의 16.28%다. 올해 상장일에 따상을 기록한 케이옥션, 유일로보틱스, 포바이포의 평균 상장일 유통물량은 25.88% 수준이었다. 쏘카의 상장일 유통물량은 이보다 더 낮은 셈이다. 지난 28일 기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까지 마친 올해 32개 기업과 비교했을 때 세 번째로 유통물량이 낮다.
지난해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기록했던 IPO 기업들과 비교해도 쏘카의 상장일 유통물량은 유의미하다. 총 12개 기업 중 상장일 더블(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장을 시작)을 기록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일진하이솔루스, 카카오페이였다. 이들의 평균 상장일 유통물량도 25.49% 수준이어서 쏘카가 더 낮다. 쏘카의 상장일 유통물량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쏘카 관계자는 “대주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 모두 기업가치 산정과 할인율 결정 과정에 동의했다. 전략적 투자자(SI)뿐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설정하는 것에 이례적으로 동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모가도 당초 예상보다 낮췄다. 쏘카의 총 공모 주식 수는 455만 주.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2048억 원 규모다.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3만 4000~4만 50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50.0~33.9%로 대폭 상향해 적용한 결과다. 쏘카는 3월 롯데렌탈로부터 1746억 원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롯데렌탈은 쏘카 주식 13.29%에 달하는 386만 6075주를 약 4만 5172원에 취득했다.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돼도 롯데렌탈의 취득 주식 금액과 비슷하다.
하지만 쏘카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코로나19 이후 전쟁 등으로 증시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쏘카의 공모가 고평가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쏘카는 희망 공모가액을 비교기업의 기업가치 대비 매출(EV/Sales)을 적용해 산출했다. 말 그대로 해당 기업이 매출에 대비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적정 주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건 비교 기업이다. 쏘카는 우버(Uber), 리프트(Lyft), 그랩(Grab holdings), 고투(Goto), 버드 글로벌(Bird Global), 헬비즈(Helbiz), 오비고, 삼사라(Samsara), 우한 코테이 인포매틱스(Wuhan Kotei Informatics), 오로라(Aurora Innovation) 등 10개 기업을 선정했다. 비교기업의 EV/Sales 평균은 8.0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비교기업 간 EV/Sales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우버, 리프트, 그랩, 버드 글로벌, 헬비즈 등 5개 기업은 EV/Sales 값이 0.8~3.4인 반면, 우한 코테이와 삼사라는 7.2, 9.8을 기록했다. 특히 고투와 오비고, 오로라는 EV/Sales 값이 17.1~18.3에 형성되며 평균치를 늘렸다.
이를 기준으로 쏘카의 시가총액은 2조 4119억 원으로 책정됐다. 할인율을 적용했을 경우 시가총액은 1조 2046억~1조 5944억 원 선에서 결정된다. 할인된 공모가 기준 쏘카의 EV/Sales는 3.78~5.05배다. 우버보다 공모가 최상단 기준 2배 이상 높게 평가되는 셈이다. 만약 우버와 같은 EV/Sales인 2.3을 적용했을 경우 쏘카의 시가총액은 6604억 원 수준에서 정리된다.
쏘카의 현재 사업 부문별 매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카셰어링이 매출의 97.37%를 차지하고 있다. 차량 렌탈이 매출의 대부분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인 롯데렌탈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롯데렌탈의 지난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 3683억 원이다. 쏘카 지분을 보유 중인 롯데렌탈의 시가총액을 쏘카가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카셰어링·렌터카 업체들은 금리에 민감하다. 쏘카는 차량 확보 시 차입금 및 금융리스를 활용하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 시 이자 비용 상승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5월 26일 기준 1.75%다. 지난해 동월 대비 1.25%포인트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6개월 후 3.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쏘카는 지난해 기준 카셰어링 서비스를 위해 차량 1만 5170대를 운영 중이다. 오는 2027년까지 목표 운영 차량은 5만 대다. 앞으로 차량 약 3만 5000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계속해서 인상될 경우 쏘카는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격적으로 차량을 확보할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고, 차량 확보를 미룰 경우 시장 점유율이나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쏘카 관계자는 “고정금리부 장기차입금 및 사채를 조달해 금리인상에 대한 위험을 일정 부분 헤지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조달시장 경색 등을 대비하기 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확보하며 유동성 확보를 하는 중”이라며 “부채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운영 효율화, 가동률 제고 등을 통해 운영수익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금으로서는 쏘카의 IPO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도 쏘카가 IPO를 추진하는 이유는 현 상황이 기업 역량을 키울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쏘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동 수요도 늘고 있다. 물론 유가 상승, 차량 수급난,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카셰어링 시장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쏘카는 IPO를 통해 공모가 하단 기준 약 1525억 원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달 금액으로 모두 신사업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쏘카는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 향후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연결하는 ‘슈퍼앱’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쏘카는 모빌리티 업계 내 유관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 집행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과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 ‘일레클’을 인수했다. 이번 조달 자금 중 900억 원도 타법인 취득에 사용한다. 쏘카는 “구체적인 타깃을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카셰어링 사업의 성장과 이용자 편의성 증대를 동시에 도모할 사업을 최우선으로 인수·합병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쏘카는 나머지 625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인수한 일레클과 모두의 주차장의 서비스 확장과 고도화에 투자한다. 전기자전거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소형 주차장을 거점으로 사업화를 진행한다. 주차장과 관련된 전기차 충전, 발렛파킹 등 신규 사업 연결 방안도 모색한다.
쏘카의 주력 서비스인 카셰어링 서비스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쏘카는 신규 서비스들을 해당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도록 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쏘카는 플릿매니지먼트서비스(FMS, Fleet Management Service)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SK·롯데·현대차 등의 물류 계열사에 탑재될 당사 FMS 솔루션을 개발 및 고도화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