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유동화 위해 점포 매각 후 ‘실탄’ 확보…이마트·롯데마트 등에 경쟁력 뒤처지는 요인 작용도
홈플러스는 2015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에 7조 2000억 원에 인수됐다. 당시 아시아 지역 경영권 거래 중 최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수자금 대부분이 빚이었다. 인수금 7조 2000억 원 중 MBK가 자체 조달하는 자금(에쿼티)은 2조 2000억 원에 그쳤다. 나머지 5조 원은 선순위 대출(인수금융) 4조 3000억 원, 상환전환우선주(RCPS-창업 초기 기업을 투자할 때 주로 발행되는 주식) 7000억 원으로 조달했다.
홈플러스가 재무 부담에 시달린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이제훈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 대표는 ‘바이더웨이’ ‘KFC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는 등 수년간 리테일, 유통, 소비재 부문의 CEO로서 유통업계의 인정을 받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훈 대표 취임 1년 성적표는 초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2021회계연도(2021년 3월 1일~2022년 2월 28일) 총 매출은 6조 4807억 원으로 전년(6조 9662억 원) 대비 7% 줄었다. 영업손실은 133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372억 원이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통상 매출이 높은 연말과 연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대 20만 명대로 증가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급감한 것이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 인수 이후 실적 악화로 지속적인 재무 부담에 시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6년 매출 6조 6067억 원, 영업이익 3090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6조 6629억 원으로 조금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384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매출은 △2018년 7조 6598억 원 △2019년 7조 3001억 원 △2020년 6조 9662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2599억 원 △2019년 1601억 원 △2020년 9334억 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후발적 경영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홈플러스가 MBK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점포 매각’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2년 동안에도 안산점, 대전 둔산점, 대전 탄방점, 동대전점, 대구점, 대구 스타디움점, 부산 가야점 등을 잇달아 매각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왔다.
물론 매각으로 인한 유형자산의 처분으로 2021회계연도 기준 1391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부채비율도 2020년 2월 859%에서 지난해 11월 593%로 낮췄다. 하지만 점포 매각으로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간 치열한 경쟁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대세가 된 e커머스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패턴 변화에 늦게 대응한 탓에 매출과 수익성이 저조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제훈 대표는 올해 2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오프라인 점포 강화를 강조하며 상품 차별화와 쇼핑 최적화를 구현한 미래형 마트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매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온라인 배송 인프라 구축, 식품 강화형 매장인 메가푸드마켓 확대에 쓰겠다”며 “역성장 고리를 끊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중순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하는 데 나섰다. 온라인 부문에서도 마트직송과 즉시배송을 확대하면서 배송차량을 전년 대비 약 20% 늘렸고 전문 피커(홈플러스 전국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 담는 직원)들을 고용하는 등 배송시스템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홈플러스가 내놓은 대책들을 이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상태다. 온라인 부문의 경우 이미 SSG닷컴, 롯데온이 대부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마켓컬리, B마트 등과 같이 유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성장한 탓에 홈플러스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홈플러스 신용도는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홈플러스(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더욱이 홈플러스가 중단기 내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홈플러스의 집객력 저하로 영업실적이 약화되고 과중한 재무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세일앤 리스백’(Sale&Lease back·매각 후 재임차하는 것) 방식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홈플러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 유동화를 위해 점포를 매각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계수 교수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현금은 중요하다. 지금은 새로운 유통 전략을 모색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도 투자의 원천인 현금 확보가 중요한 시기”라며 “자산 경량화와 현금성 자산 증가로 곳간을 먼저 채워야 하며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조 입장도 생각해 부지 매각 후 다시 임차해 매장 운영을 이어가는 세일앤 리스백 방식이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