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소공동 송도 등 ‘암초’ 만나 덜컹…호텔·테마파크 사업 궤도 올라야 경영 승계작업도 시동
부영그룹은 현재 무주덕유산리조트와 제주부영호텔&리조트, 오투리조트, 부영컨트리클럽(CC), 더클래식CC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사업에 비하면 이들 사업의 비중은 크지 않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제주부영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주)부영의 지난해 골프장 및 리조트 매출은 735억 원, 호텔 관련 매출은 167억 원이었다. 무주덕유산리조트와 오투리조트는 각각 290억 원, 144억 원의 매출을 거뒀고, 부영CC와 더클래식CC의 매출은 100억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부영그룹의 분양 관련 매출은 수조 원에 달한다.
부영그룹은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호텔·레저 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9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부지를 매입한 데 이어 2012년에는 중구 소공동 부지를 매입했다. 부영그룹은 성수동 부지에 48층 규모의 호텔을, 소공동 부지에는 27층 규모의 호텔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알짜로 꼽히는 서울 부지에 건설되는 호텔인 만큼 부영그룹 내에서도 호텔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성수동과 소공동 부지를 매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맺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존 건물 철거 및 터파기 공사 등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동의 경우 서울시가 성수동 부지 바로 앞 한강 주차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부영그룹의 호텔 건설도 재논의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차장 부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성수동 호텔의 한강 조망권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시가 올해 초 주차장 부지 매각 방침을 철회하면서 성수동 호텔 사업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소공동 호텔은 문화재청과의 이견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 부영그룹은 문화재청의 호텔 신축 허가를 받으면서 주변의 근현대 건축물 원형 보존을 약속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해당 근현대 건축물의 잔존수명은 마이너스(-) 73년으로 진단됐다. 철거 시점이 이미 73년이나 지났다는 뜻이다. 부영그룹은 안전을 위해 해당 건물의 외벽만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문화재청은 원형 보존이 어려우면 호텔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9월 부영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송도 테마파크 사업도 마찬가지다. 부영그룹은 2015년 인천광역시 연수구 부지를 매입해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중근 회장은 당시 “테마파크 사업과 함께 도시개발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사업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인천시와 환경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 등의 협의가 늦어졌고, 최근에는 예정지에 맹꽁이가 대량으로 서식하는 것이 발견돼 맹꽁이 이주 대책까지 세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처럼 부영그룹의 신사업은 사업장마다 얽힌 문제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었고 구체적인 완공 일자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중근 회장이 2020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것도 부영그룹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됐지만 과거에 비해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부영그룹 관계자는 “소공동 호텔의 경우 문화재청·서울시와 협의해 올해 5월 공사를 다시 시작해 2025년 완공 예정이고, 성수동 호텔은 2019년 착공해 공사를 시작했다가 설계변경 안으로 현재 건축통합심의를 준비 중에 있다. 심의가 완료되면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송도 테마파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는 협의가 완료됐고, 맹꽁이 대체 서식지 확보 후 이전 허가를 받아 맹꽁이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완공 이후 호텔·레저 사업의 앞날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부영그룹이 추진하는 호텔·레저 사업의 경우 국내 호텔 및 리조트 공급이 점차 확대되고 산업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이 필수적이고,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자금투입 규모와 투자성과에 따른 재무부담의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부영그룹의 사업 다각화 시도를 경영권 승계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가 같은 사업을 맡으면 아무래도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을 살펴보면 형제가 같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맡은 사업 영역이 다르거나 아예 계열분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중근 회장이 80대를 넘어섰지만 부영그룹의 경영권 승계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중근 회장은 슬하에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 차남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 삼남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장녀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 등을 두고 있다. 이들이 가진 부영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이성훈 부사장이 보유한 (주)부영 지분 2.18%뿐이다. 동광주택산업, 광영토건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법인은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가진 개인 회사다. 부영그룹의 신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중근 삼남 이성한 영화감독 ‘소식 뜸하네’
이중근 회장의 삼남인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개인적으로 2009년 부영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및 광고 관련 사업을 영위했지만 실적은 부진했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대화기건에 흡수합병됐고, 합병법인의 사명은 부영엔터테인먼트를 유지했다. 대화기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아내 나길순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건설사였지만 합병 후 건설 관련 사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길순 씨가 부영엔터테인먼트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성한 전 대표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 부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011년 영화 ‘히트’를, 2019년에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제작했다. 특히 ‘히트’에는 박성웅 씨, 이하늬 씨 등 유명 배우가 출연했지만 두 영화 모두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성한 전 대표는 2020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에서 사임한 후 현재까지 활동 소식이 들리지 않고, 부영그룹 계열사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활동이 없다 보니 부영그룹 후계 구도에서도 이성한 전 대표가 언급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부영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매출 5400만 원, 영업손실 2억 8700만 원을 기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