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일반형’으로 소방서와 협의 뒤 ‘생활형’ 기준 영업필증 교부…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안전성 우려
관광숙박시설은 종류별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관광숙박시설 가운데 가족호텔업, 호스텔업, 의료관광호텔업, 휴양콘도미니엄업 등은 취사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호텔업, 소형호텔업은 취사시설이 등록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다.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으면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관련 법령에 의해 엄격하게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숙박시설은 타 법령에 위배되지 않고 충족해야만 절차상 하자가 없다. 바로 이 같은 사실을 도외시한 채 아무런 제재 없이 단독주택이 숙박시설로 둔갑한 곳이 거제시 하청면 석포리에 위치한 ‘거제선셋한옥풀빌라&리조트’다.
‘거제선셋한옥풀빌라&리조트’는 2011년 4월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2012년 5월 1차 사용승인을 득했다. 이후 2015년 2차 단독주택 허가를 받아 2015년 12월 사용승인을 얻은 뒤,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에 걸쳐 관광숙박시설 소형호텔로 최종 승인받았다.
해당 시설의 문제점은 바로 거제시 관광과가 용도변경에 따르는 관계기관별 협의 과정에서 거제소방서와 일반숙박시설로 협의를 했다는 점이다. 일반숙박시설은 취사시설 설치가 불가하다. 이에 거제소방서는 취사시설이 없다고 판단해 스프링클러가 아닌,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등만 비치해도 무방하다고 회신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그 이후다. 거제시 위생과는 일반숙박시설로 소방서와 협의를 해놓고서는 거제선셋한옥풀빌라&리조트에 취사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생활형숙박시설 기준에 맞는 영업필증을 교부했다.
취사시설이 있는 생활형숙박시설이라면 소방서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해당 시설도 바닥면적 합계가 600㎡를 초과하기에 제대로 된 행정이 있었다면,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 보다 안전한 관광숙박시설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 관광과 관계자는 “(해당 호텔은) 생활형숙박시설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소형호텔은 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사시설을 설치해도 무방한 법적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없지만, 기타 관련법을 충족하면 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결정이 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내부지침으로 허가를 내줬다고 얘기한 셈이다.
거제시 관광과가 자위적인 유권해석으로 거제선셋한옥풀빌라&리조트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고 생활형숙박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리조트 측은 스프링클러 미설치 및 관광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거제시민 A 씨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사례다. 이 같은 무사안일과 특혜 논란이 바로 과거에 일어났던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정부의 방침에 어긋난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거제선셋한옥풀빌라&리조트 관계자는 “허가 당시 준수해야 할 사안을 지키고 있으며, 소방점검도 수시로 하고 있다”며 “현재 펜션은 전대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는 확인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