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7월 8일 새벽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30대가 당 대표에 오른 것도 처음이지만, 정당 윤리위가 당 대표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 윤리위 결정이 갈등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준석 대표의 결사항전이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재심을 신청하는 일이다. 이 대표가 재심을 신청하면 한 달 이내에 다시 한번 징계 적합성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징계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이런 이 대표의 대응은 징계 여부가 확정되기 이전에 이미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복잡한 사안이 남아 있다. 이를 시나리오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일단 재심에서 징계가 뒤집히거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대표는 문제없이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공격에 배후가 있다면서 당내 특정 세력과 본격적인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재심에서 징계 결정이 유지되지만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는 경우다. 이렇게 되더라도 이 대표는 역시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 즉, 이 대표를 당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측과 이 대표 간 결사항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재심에서 이 대표가 다시 살아나고 가처분 신청은 거부되는 경우인데 이럴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윤리위가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재심에서 현재의 징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이론적으로 이 대표는 완전히 무장해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는 받아들이지만 6개월 이후에 다시 당 대표로서의 당무를 계속하겠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김순례 최고위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3개월이 지나서 다시 최고위원으로 복귀한 사례가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대해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근거가 없어 이 대표가 6개월 이후에 당 대표에 복귀하겠다고 주장할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당원권 정지로 인해 이미 당 대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법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이 주류를 이룰 경우, 당내에서는 비대위를 꾸리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나서겠지만 이 대표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는 만무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당 대표에 대한 탄핵 얘기까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탄핵에 대한 언급 자체가 대표로서의 위상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어떤 경우에도 당내 갈등과 혼란은 증폭되면 증폭되지 가라앉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이준석 대표는 “(징계를)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런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 징계 의결과 함께 권한이 정지돼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말했다. 자칫 당 지도부가 두 개 생길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갈등의 수위가 조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도 법적 최종 판단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물밑에서는 차기 당권을 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 이래저래 갈등과 혼란이 국민의힘을 계속 지배할 가능성은 크다. 집권 초기 여당의 이런 모습을 대통령이 언제까지 두고 볼 수 있을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신율 명지대 교수
온라인 기사 ( 2024.11.22 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