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들의 폭로 또 다른 동창들이 반박 ‘학폭 신빙성 의문’…가해 지목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옹호 받기도
남주혁 학폭 논란은 6월 20일 한 인터넷 신문사의 단독 보도로 시작됐다. 해당 신문사에 제보한 첫 번째 폭로자 A 씨는 자신이 중고등학교 시절 6년 동안 남주혁과 그의 일진 무리들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욕설과 신체적인 폭력, 이른바 ‘빵셔틀’(매점에서 빵을 사오라고 시키는 것)로 고통을 받았으며, 자신보다 더 심하게 학폭을 당했던 친구들은 아예 남주혁이 나오는 TV를 멀리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폭로자 A 씨는 남주혁과 고등학교만 같은 곳을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며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지적을 받은 뒤 제보 내용에 남주혁과 같이 학교를 다닌 시간이 2년이었다고 추가하고,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친구였다고 기사를 수정한 것도 문제가 됐다. 기사의 신빙성이 사라지면서 6월 24일, 남주혁의 소속사 매니지먼트 숲 측은 최초 제보자 A 씨와 이를 보도한 기자, 언론사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로써 첫 학폭 폭로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6월 28일 두 번째 폭로자 B 씨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남주혁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B 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남주혁은 폭력과 폭언으로 나를 집단 따돌림시켰다”고 주장했다. 남주혁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사용해 수만 원대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가 하면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스파링’이란 명목으로 싸움을 붙이게 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A 씨가 언급했던 빵셔틀도 실제로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 씨에 비해 좀 더 상세한 학폭 일화가 폭로되면서 다시 공은 남주혁과 소속사로 넘겨졌다. 재차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학교나 다른 동창들과 교차 검증한 것이 아니라 배우 본인의 주장만을 믿고 확신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같은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남주혁의 같은 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네티즌 2명이 “폭로자들의 폭로 내용 일부는 실제로 있었지만, 남주혁과 관련이 없음에도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어 제보한 것”이라며 남주혁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폭로의 진실 여부를 두고 대중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던 상황에서 7월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남주혁의 고교 시절 교사와 동창들 총 20명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동창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몰려 다닌 것은 맞지만 학교의 분위기상 일진이나 학폭 괴롭힘은 전혀 없었으며 남주혁은 오히려 조용한 학교생활을 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B 씨의 주장인 스마트폰 유료 결제도 남주혁이 아닌 다른 학생이 범인이었으며, 심지어 B 씨의 스마트폰이 아닌 담임교사의 것을 훔쳐서 한 짓이라고 반박했다. 남주혁의 고교 1학년, 3학년 담임을 맡았던 2명의 교사들은 “교사 인생의 자존심을 걸고 학폭은 없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 가운데 이 정도의 옹호 여론이 형성된 것은 남주혁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7월 6일 새로운 폭로자 C 씨가 등장해 남주혁의 또 다른 학폭, ‘사이버 불링’을 폭로하고 나섰다. 남주혁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여학생으로 알려진 C 씨는 고3 시절 이른바 ‘카톡 감옥’으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돼 남주혁을 포함한 12명의 남학생들에게 성희롱적인 욕설과 모욕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카톡 감옥’은 카카오톡 메신저에 괴롭힘 대상을 초대한 뒤 대화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는 학폭 수법 가운데 하나다. 남주혁이 주동자였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언어폭력에 가담했다는 게 C 씨의 주장이다.
유튜브와 일부 언론에서만 다뤘던 C 씨의 폭로 내용은 실제 당시 카카오톡 대화방의 캡처본이 공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 캡처본은 앞선 A, B 씨의 폭로가 허위로 지적된 뒤 남주혁에 대한 옹호 기류가 형성되자 “학창 시절 남주혁은 옹호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얌전한 학생이나 ‘찐따’가 아니었다”며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 씨가 한 남학생을 먼저 괴롭힌 일을 시발점으로 남주혁을 포함한 다른 남학생들이 C 씨를 질타하기 위해 ‘카톡 감옥방’을 개설한 뒤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것인데, 이 사건은 C 씨가 교사들에게 알리면서 일부 남학생들이 징계를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다만 이 추가 폭로에 대해서도 남주혁과 소속사 측의 대응은 같았다. 같은 날 매니지먼트 숲은 공식입장을 내고 “카톡 단체방과 관련한 기사는 당시 사건의 전모를 게재한 것이 아니라 앞뒤 정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일부 단편적인 장면만을 발췌한 것”이라며 “카톡 단체방에 있었던 일은 사실관계가 대단히 복잡하고 등장인물들의 매우 사적인 영역의 문제이며 이미 당시 학교에서 사과로 마무리된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언론 지면을 빌어 일일이 전말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이 부분 역시 조만간 법적 대응 과정에서 분명하게 사실 관계가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0~2021년 동안 연예계에서 많은 학폭 폭로가 나왔지만 이번 논란처럼 당사자가 아닌 소수의 폭로자와 다수의 옹호자 간 팽팽한 갑론을박전으로 번진 사례는 남주혁이 처음이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폭로자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 남주혁을 옹호하는 측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실명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남주혁이 아닌 양측의 ‘대리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앞선 다른 학폭 폭로 사례와 비교했을 때 남주혁 측을 옹호하는 쪽의 주장이 훨씬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고발당한 뒤에도 피해 사실이 진심임을 끝까지 주장했던 이전 폭로와는 달리 이번에는 반박을 당하면 주장이 바뀌거나 추가 폭로가 없다는 점에서 폭로자보다 남주혁에게 좀 더 신뢰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세 번째 폭로자 C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경우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C 씨의 경우 피해를 입었다는 근거 자료가 있고 남주혁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폭력이 일어난 현장에 방관 이상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며 “이 폭로에 한해서는 소속사가 한 발짝 물러서서 전후사정을 확인한 뒤에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