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겨요, 그들이 웃겨요?”
▲ 김미화가 MBC 라디오 하차 7개월여 만에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으로 컴백했다. 아울러 <나꼼수>의 경제버전인 <나는 꼽사리다> MC로도 맹활약 중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CBS <김미화의 여러분>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후 2시 5분부터 3시 55분에 방송된다. 과거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퇴근길에 방송됐던 데 반해 시간대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김미화는 팟캐스트와 다시듣기로 듣는 분들이 많아 방송 시간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방송 시간대가 지난 22일 방송에선 큰 의미를 가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기습처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김미화의 여러분>은 국회 현장 연결을 두 차례나 하면서 생생하게 한미 FTA 국회 비준 과정을 전달했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 <김미화의 여러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쓴소리의 강도가 보다 세졌다는 점이다. CBS가 워낙 뉴스에 강한 매체인 데다 주장하는 강도가 센 편이라 주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개그우먼으로서의 내 입지가 흔들릴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50대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다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통해 처음 시사 DJ가 됐을 당시만 해도 김미화는 단지 ‘시사 DJ를 하는’ 개그우먼이고 아줌마였다. 시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개그우먼이자 아줌마인 그가 시사 DJ를 한다는 것은 역시나 시사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시사 DJ 김미화의 강점이었다. 그랬던 그가 조금은 달라졌다.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그래서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자꾸 보이는 게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니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그런 것들은 그대로 투영된다. 나만 해도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당했다. MBC KBS 사장님들과 다투며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공중파 개그우먼을 해야 하는 게 내 삶인지 고민을 했을 정도다.”
KBS 블랙리스트 논란, MBC 라디오 프로그램 하차 논란 등을 겪으며 이슈메이커로 부각되었던 그가 이렇게 다시 CBS를 통해 시사 이슈를 전달하는 DJ로 돌아왔다. 게다가 김미화는 최근 <나는 꼼수다>의 경제판 <나는 꼽사리다> MC를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사 DJ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 지난 11월 19일 첫 회 방송이 공개됐고 한미 FTA 비준이 이뤄진 22일 밤 두 번째 녹음이 이뤄졌다. 우석훈 2.1연구소장,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이 출연하는 <나는 꼽사리다>의 두 번째 녹음 현장은 무척이나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저녁 8시 정도에 모여 녹음을 시작했는데 한미 FTA 비준으로 내내 우울한 분위기였다. 모두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에 분노했지만 방송 공개가 일주일 뒤임을 감안하면 분노의 목소리로만 방송을 만들 순 없었다. 내가 MC로서 분위기를 잘 만들었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게 녹음이 끝났다. 밤 11시 넘어 녹음이 끝나고 회의를 한 뒤 술자리를 갖고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비오는 새벽길을 달려 집으로 오는데 무기력함을 느꼈다.”
<나는 꼽사리다>의 MC를 맡으며 김미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려운 경제 이슈를 최대한 쉽게 전달하고, 경제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우석훈 소장과 선대인 소장은 방송 경험이 많지 않아 다소 말이 어렵거나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MC 김미화의 가장 큰 임무는 그들이 경제 현안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8년이나 해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경제다. 어렵다고 우리가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한 채 엄청난 꼼수들이 판을 치게 된다. 나하고 론스타가 무슨 관계일까 싶지만 그 안에 숨겨진 꼼수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너무 어려워서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경제를 쉽게 풀어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나는 꼽사리다’에 임하고 있다.”
이날 김미화의 저녁 스케줄은 KBS <개그콘서트(개콘)> 녹화 현장 나들이다. 자신이 직접 기반을 닦은 프로그램인 터라 애착이 남다른 <개콘> 녹화 현장을 찾아 후배들 밥을 사줄 계획이라고 한다. 결혼식에 참석 못한 후배 두 명의 축의금도 건네줘야 해 겸사겸사 가는 길이라는데 강용석 의원에게 고소당한 최효종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사실 정치 풍자 코미디는 윗선에서 싫어해 다들 꺼리는 편인데 (최)효종이가 그걸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어찌 보면 강용석 의원이 그 코너를 지켜준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큰 관심을 받은 터라 아무리 싫어도 윗선에서 쉽게 그 코너를 폐지하지 못할 테니까. 오히려 이번 일로 인해 정치 코미디 붐이 일어나길 바란다. 정치 코미디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권에 도움이 된다. 정권에 화가 나서 비판하고 싶은 마음을 개그맨들이 다 풀어주니 오히려 고마운 일 아닌가?”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