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4번째 낙마, 인사 라인 검찰 출신 독점, 국회서 집중 공격 받을 전망…윤 대통령 안일한 인식도 도마 위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7월 10일 자진사퇴했다. 송옥렬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 지난 4일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6일 만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이를 두고 야당은 ‘지인 인사’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지명 당일 송 후보자 과거 성희롱성 발언이 불거졌다. 2014년 송 후보자가 제자 100여 명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만취 상태로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외모품평을 했고, 한 여학생에게는 다른 남학생을 가리키며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냐’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송옥렬 후보자 낙마로 윤석열 정부에서 중도에 물러난 장관급 인사는 4명으로 늘어났다. 1기 내각으로 한정했을 때 박근혜 정부는 6명이, 문재인 정부는 3명이 인사청문회 전후로 낙마한 바 있다. 특히 송 후보자 낙마는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송 후보자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1호’ 인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인사 추천·검증 등 정부의 인사 시스템 개편을 공언해왔다. 지난 5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6월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공직자의 인사검증 기능을 맡게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사혁신처장이 가진 대통령 임명·위촉 인사에 대한 정보 수집·관리 권한을 대통령비서실장이 아닌 법무부에 위탁하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추천)-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1차 검증)-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2차 검증)’의 3단계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구조를 두고 야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다. 추천 과정에는 검찰 수사관 출신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검사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배치됐다.
1차 검증을 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의 초대 단장은 비검찰 출신 박행렬 전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이 임명됐지만, 그 밑에 공직 후보자의 세평 수집과 도덕성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1담당관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가 맡는 등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친 검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2차 검증을 하는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로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이시원 변호사가 임명됐다.
그 정점에는 법무부의 수장 한동훈 장관이 있다. 야권에서는 “법무부가 동급인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검증을 맡으면 한동훈 장관이 사실상 장관 중 ‘상왕’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한동훈 장관도 인사정보관리단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그럼 굳이 공직자 인사검증 조직을 법무부에 둘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송옥렬 후보자 인사검증에 대해 “한동훈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최종 검토해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있는 인사비서관실로 결재를 전달해 대통령실 재가를 받은 방식”이라며 “검증의 책임선상에 하나같이 대통령의 ‘검찰 최측근’이 자리하고 있다. 인사 기준과 검증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책임론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초기 공직자 인사 문제가 불거지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걸고넘어지며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에서 인선 문제가 불거지면 당연히 한동훈 장관이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최측근’ 한동훈 장관을 후계자로 생각해 힘을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윤 정부와 계속 엮이는 인사 구조가 한 장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 취임 초반 ‘검찰·지인’ 중심 인사를 가장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사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의 첫 인사검증 후보자가 곧바로 낙마했다.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한동훈 장관의 무능력도 같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53%로, ‘잘한다’ 32%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주 조사에서 ‘데드크로스’가 일어난 데 이어, 두 응답 간 격차가 21%포인트(p)까지 벌어진 것. 특히 부정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인사’(26%)를 첫 번째로 꼽았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회에서도 한동훈 장관 책임론을 놓고 여야가 맞붙을 전망이다. 민정수석과 달리 법무부 장관은 대정부질의나 국정감사 등 국회에 출석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은 5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에는 민정수석은 국회 출석도 안 했었다”며 “앞으로는 인사검증 영역이 국회 질문을 받게 되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고,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영역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한 장관이 말한 출석 대상은 본인이 아닌 인사정보관리단 단장을 뜻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을 표적으로 출석 요구를 할 것이 유력하다.
한동훈 장관 책임론과 별개로 결국 최종 인사 결정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송옥렬 후보자의 과거 성희롱성 발언 논란은 이미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나오는 내용을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놓쳤을 리 없다. 분명 송 후보자 보고서에 담아서 대통령실에 올렸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를 보고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지명을 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인사 마인드가 안일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되는 대목도 있었다. 송 후보자의 성희롱성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처음에는 취재진에 “좀 더 알아보겠다”고 사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검증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 당시 참석자들에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고, 주변에도 다 검찰 출신들이 포진돼 있다. 그러다보니 민심을 살피고 정무적 판단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식의 검찰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