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60년형 확정, 불법무기소지 재판 남아…수감중에도 마약 판매 주도 증언 나와
박왕열은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으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크로시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했다. 당시 박왕열은 이들의 금고에서 24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도하고 공동명의로 예치한 7억 2000만 원을 무단 인출했다. 결국 박왕열은 이 사건으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했다. ‘동남아 마약왕’ 김 씨 주장에 따르면 박왕열은 당시 필리핀 감옥에서 김 씨를 처음 만났고, 탈옥한 뒤 김 씨에게 마약을 공급받아 마약 밀매상이 된다.
애초 ‘텔레그램 마약왕’이라 불리는 인물의 이름은 ‘전세계’로 알려졌었다. 닉네임이 ‘전세계’이기 때문이었는데 이후 ‘전세계’가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박왕열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2020년 10월 28일 박왕열은 다시 필리핀 경찰에 검거됐고 2022년 5월 필리핀 대법원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 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에 대한 필리핀 법원의 재판은 끝났는데, 아직 불법무기소지 혐의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형 확정이 중요한 게 이 부분이 국내 송환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는 피청구국이 자국법 허용 범위 안에서 임시 인도할 수 있다. 임시 인도된 범죄인은 형 집행을 위해 종국적으로 청구국에 인도될 수 있다. 또한 재판이 완료되거나 형의 전부 또는 일부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피청구국이 임시 인도를 연기할 수 있다.
2018년에도 법무부가 필리핀에 범죄인인도요청서를 보냈지만 박왕열이 다량살인 혐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필리핀 정부가 송환을 보류한 바 있다. 다량살인 사건의 경우 형이 확정됐지만 아직도 박왕열이 불법무기소지 혐의 재판을 받고 있어 조속한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필리핀에 박왕열 송환을 꾸준히 요청하겠다는 입장인데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또 다른 공범은 귀국했다가 검거돼 2017년 강도살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박왕열이 국내로 송환되면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은 물론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 공급책과 거래하면서 필로폰과 합성대마 등을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게 된다. 박왕열이 공급한 마약의 국내 유통·판매 총책 ‘바티칸킹덤’은 2021년 9월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22년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최근 김 씨가 베트남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고 마지막 남은 박왕열까지 국내로 송환될 경우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동남아에서 활동하던 마약 밀매 조직의 실체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박왕열이 필리핀 교도소에서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들을 통해 마약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어 조속한 국내 송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