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회적 책임 외면하는 기업 낙인 우려”…카카오 “모빌리티 성장 위해 불가피한 조치”
지난 6월 카카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총괄 부사장이 이달 초 사내 공지 글을 통해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을 변경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공식화됐다.
카카오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6일 카카오 전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서명운동 일 주일 만에 전 계열사 임직원 약 1600명이 참여해 약 75%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조는 사측의 매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단 사측은 이번 지분 매각이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증권·오릭스 등) 등의 투자금 회수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금 회수 때문에 매각 협상을 벌이는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구축한 TPG컨소시엄이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4년 후 상장 옵션을 내걸었기 때문.
이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IPO 시기를 조율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주력 사업인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탈출구 마련을 위해 택시 호출 서비스 중 하나였던 ‘스마트 호출’의 호출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비난에 서비스 자체를 없앴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플랫폼 규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마련했던 꽃·간식·샐러드 배달 등 중개 서비스 사업도 철수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로 IPO를 잠정 연기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제 정세가 발목을 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코로나19 기간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풀었던 자금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가 급격히 올라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로서는 IPO를 진행한다고 해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원하는 금액에 증시 입성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IPO가 아닌 지분 매각으로 선로를 틀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사측은 이런 이유로 지분을 매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투자금 회수 문제에 대해) 아예 부정하고 있지도 않다”며 “‘그런 부분이 있는 건 맞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모호하게 얘기를 하니 사측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간담회에서 노조 측에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가 택시·대리·주차 서비스를 왜 하냐는 외부의 공격이 많은 상황”이라며 “카카오 입장에서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도 “카카오라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가 택시·대리 사업을 이어 나가는 것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 보니 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측이 재무적인 문제로 매각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해, 카카오의 지분 매각 결정 이유가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서승욱 지회장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갈등이 심화해 카카오는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고 내부적으로도 이를 사업 방향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었다”며 “매각은 이 방향과 반대 결정이기에 직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 세워둔 사업 방향에 대한 평가 없이 회사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 어렵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사회와 함께하는 지속가능 성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지속하고, 플랫폼 종사자의 수익과 처우 개선 및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으로의 이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홍은택 카카오 CAC 센터장은 “상생은 카카오가 성장하는 데 있어 해나가야 하는 미션이 아닌 필수적인 본질이다. 사회와 기업이 상호 지속 가능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는 핵심 가치”라며 “소상공인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파트너들이 실질적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해결점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 지회장은 “매각 이유가 회사의 경영이나 재무상황 악화가 아니라면 사업 방향 개편 등 내부 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사측은 불가능하다는 말뿐이다. 그렇다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상황이 비단 카카오모빌리티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자회사들도 충분히 같은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때마다 회사를 매각하는 판단을 내린다면 결국 외부에서는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 노조는 향후 △카카오 CAC 센터와 협의 △모빌리티 단체교섭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대리운전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열리는 오는 25일 MBK 매각 반대 집회에 연대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 실천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