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 단일화는 선거공학 프레임, 적절하지 않아…박지현 출마 무산 당 결정 아쉽다”
이 후보는 2017년 2년간 전 세계를 돌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기후 위기 등에 대해 공부했고, 2020년 '쓰레기 책'을 출간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후보는 7월 21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친명도 반명도 아닌 소명 때문에 출마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새로운 세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7그룹 출마에 대해서는 “기존 586세대와 구분되는 점을 모르겠다”며 “선거공학적 단일화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화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아래는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 출마 이유는.
“지금 정치는 망가져 있다. 집권한 쪽이 잘못해 반대 쪽이 발목 잡는 것에 성공하면 스스로 잘하지 않아도 또 집권할 수 있다.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한국 정치 기득권은 너무나 잘못됐다. 당 역시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패권이 돌아간다. 당원들이 소외되는 구조다. 위기의 민주주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정치의 질적 도약 비전을 갖고 나왔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건 고등학생 때다. 직접적인 계기는 한 아르바이트 자리였다. 2003년에 후배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했는데, 열린우리당 창당대회 의자를 나르는 일이었다. 그때 한 정치인의 연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나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어 바로 입당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도운 후 2년간 세계 여행을 떠났다. 초고령화 문제가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은 이를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고령화, 저출산, 지방 소멸 등에 대해 보고 배우면서 도시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다루게 됐다. 그때 포착했던 게 쓰레기 문제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지구의 문제인 걸 깨닫고, 돌아오자마자 '쓰레기 책'을 집필했다. 책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조직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쓰레기센터를 만들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배출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실상이다.”
―‘97그룹’(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의 출마 대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의 586세대와 구분되는 점을 모르겠다. 인위적으로 세대를 구분한 것이고, 이들 전부 막차를 탄 세대다. 97그룹이라고 해서, 당이 잘못 나아갔을 때 기존 세대와 구분되는 목소리가 있었나. 기성 정치 문법과 양당제 기득권을 그대로 누리고 답습하지 않았나. 막차에서 내려, 우리 같이 새 시대의 첫 차를 출발시켰으면 한다.”
―97그룹이 단일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선거공학적인 친명, 반명 프레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 국민들께서 보고 싶은 건 이런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 것이냐에 대한 노선이다. 선거공학적 접근이므로 단일화에 합류하진 않겠다. 저는 누군가를 반대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다. 친명도 반명도 아닌 소명을 갖고, 제가 꿈꾸는 세상을 얘기하기 위해 나왔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하나.
“세대교체보다 세력 교체가 필요하다. 인위적으로 어떤 한 세대를 다 물러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분명한 건 민주당은 노장의 정당이다. 노장청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생계형 정치인들은 불가피하게 빠져야 한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여러 동력들이 민주당으로 들어올 수 있을 만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당이 오만했던 측면이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압도적인 다수당이 됐지만, 잘못했을 때 진정성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비위 문제가 연달아 터지게 되면서 굉장히 혼란했던 상황들도 지속됐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크게 지적되고 있다. 종부세, 재산세 등 우리가 세심하게 챙기지도, 국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해 심판을 받게 됐다.”
―이재명 의원 전당대회 출마는 어떻게 봤나.
“누군가의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친명, 반명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동안 우리의 과오에 대해 정확하게 반성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 양당제에서 국민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가, 민주당 문호를 청년들에게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에 대해 주요하게 논의돼야 한다.”
―이재명 의원 출마로 당 내홍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재명 의원이 당선된다면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은 반대가 돼도 똑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그 결과에 승복하느냐 마느냐다. 전당대회 끝나고도 또 뭔가가 잘못됐다고 얘기를 하면 그때부터 통합은 어려워지는 거다.”
―당내 팬덤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부 증오 정치, 혐오 정치 등이 발현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도저히 품을 수 없는 민주주의 밖의 행위다. 그래서 이런 것들과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으면 좋겠다.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행동의 1차적인 책임은 당에 있다. 이런 부분들을 전당대회 때 논의했으면 한다. 전당원 투표제 확대 등 의사결정 체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의견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론장에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테이블 민주주의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공천 개혁’에 대해 말했다.
“테이블 공론장이 필요하다. 배심원제가 들어와야 한다. 우리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해놨지만, 어차피 사람이 운영해, 얼마든지 다르게 변형될 수도 있다. 실제 정치에서는 단서 조항 같은 게 많이 붙어 있어서 사실은 지도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도 있는 구조다. 시민과 당원들이 배심원단으로 들어와 잘 준비된 후보들의 토론과 연설 등을 통해 검증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주당을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첫 번째는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정당으로 만들고자 한다. 87년 체제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이미 달성했다.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민주주의를 제시할 때가 됐다. 아까 제시했던 테이블 공론장 등으로 당내 의사결정을 체계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두 번째는 정치의 질적 도약이다. 지금은 상대방을 발목 잡아야 내가 선택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가 잘할 이유가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대통령 중임제 개헌,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외교정당이다. 국제 관계가 굉장히 어지러운 가운데, 민주당은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물 밖을 끊임없이 쳐다보는 당이 돼야 한다. 저는 특히 이 부분에 인재 양성 부분을 매칭시켜 외교 역량을 가진 청년 정치인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왜 본인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하나.
“난 친명도 반명도 아니다. 이른바 산업화 세대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었던 주도적인 세력이었다는 점에 동의하고 존중한다. 우리 민주당 선배들의 민주화 세력이 자유의 나라, 평등의 나라를 열었다. 다만 두 세력이 적대적인 공생 관계를 계속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당의 수장을 감옥에 보내려는 극단적 복수극의 정치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저는 그런 적대적 공생 관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새로운 세대고, 세력이다. 정치 싸움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로 견인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예비후보 중 가장 젊다. 민주당 청년 정치에 대해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당에서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없다. 단순히 당에서 아카데미 강연 하나 만드는 걸 두고 청년 정치를 양성한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청년 정치인의 전문성도 없고, 직함만 남발한다. 정치 지망 청년들 역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 어떤 어젠다(의제)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려고 하는 노력들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선거 때 동원되는 식으로 소모된다. 무슨 일자리를 못 찾으면 생계 문제가 당장 생기고, 어떤 소명이나 보람을 찾기가 어려워 활동하다 그냥 나가는 거다.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 체계가 있어야 한다.”
―박지현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무산됐다.
“당이 내린 결과가 아쉬웠다. 단서 조항이기 때문에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당원들의 상당한 비토 정서가 있지만 실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이왕이면 이 판에서 함께 뛰어보고, 확인하는 게 유의미할 거라고 생각했다. 민주당은 향후에 더 확장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유연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이고 있는 모습들은 폐쇄적이고, 우리들의 성에 갇힌 축소된 모습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계속 밖으로 밀어내는 이런 형태의 정당은 집권하기 어렵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지고 있으니까 총선을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전부 다 오만한 생각이다. 우리 지지율이 소폭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건 부끄러운 수치다. 우리가 잘해서 지지를 얻어야지 반사이익에 따라서 지지를 얻게 되면 그 거품이 금방 꺼질 것이다. 우리가 상대보다 더 많은 매력을 갖고 있어야 선택을 받는 건데, 확장력이 필요하다.”
―이준석 대표 징계는 어떻게 봤나.
“당의 징계가 작동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윤핵관 혹은 대통령의 의중이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임기 초라 대통령이든 윤핵관이든 그들이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이 대표가 그것을 막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정확한 어떤 물증이나 이런 것 없이 정황을 가지고 판단을 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태도와 자세의 문제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했던 과오를 그들도 따라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공정, 정의, 상식의 공약을 내걸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는데, 그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도 그랬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해명과 태도는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주게 됐다.”
―권성동 의원 ‘9급 공무원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인식과 발언이다. 최저임금보다 불과 10만 원 많이 받는다는 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콘크리트 지지층과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다. 이 사안에 대해서도 보편적 국민들의 인식과 삶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대변한 것이기에 민심에서 굉장히 멀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앙위, 당원분들 또 우리 민주당을 지지해준 지지자분들, 어렵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께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시그널을 국민들께 알릴 수 있고, 이동학을 뽑는 건 단순히 세대교체가 아니라, 형평성과 노장청이 화합되는 그런 정당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친명도 반명도 아닌 완충지대로서 우리들이 화합해 갈 수 있는 중요한 키가 되겠다. 새로운 선택으로 국민들이 민주당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