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밀당’하며 골프 매력에 빠져”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무살이 된 새내기 골퍼 송혜빈의 이야기다. 송혜빈은 2022년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투어에 뛰어든 신예 골퍼다.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송혜빈이다. 상반기를 대학생활과 선수생활을 병행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골프에 특화된 학교가 아니라 조금 어려움이 있었는데 대학 생활은 또 다르다”라며 “골프 관련 전공(건국대 골프산업학과 재학중)이라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대회에 다녀오면 과제 등으로 노트북과 씨름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 즐겁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에서야 성인 무대인 KLPGA 점프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만 18세부터 참여할 수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 “작년(2021년)부터 투어 대회에 참가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생일이 11월이라 늦었다”면서 “뒤쳐지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규정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선수들이 초등학생 시절, 이르게는 취학 이전부터 골프를 본격 시작하는 것과 달리 송혜빈은 시작이 늦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반 대표 계주 선수로 뽑히는 등 신체 활동은 자신이 있었지만 운동선수의 삶을 생각 해본적은 없었다. 그랬던 그가 골프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취미 골퍼인 아버지 송근찬 주식회사 엔버스 회장의 영향이 컸다.
많은 취미 골퍼들이 그렇듯 송 회장도 가족들이 함께 골프를 즐기는 그림을 꿈꿨다.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권했다. 송혜빈은 처음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아주 어릴 때는 흥미가 없었다. 어린이용 클럽으로 공을 몇 번 때리다 마는 정도였다”면서 “그래서 아버지께서 동생에게 적극적으로 골프를 시키셨는데 옆에서 따라하던 내가 소질을 보였던 것 같다. 그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다”고 말했다.
약간의 코칭만으로도 중학교 1학년 송혜빈은 범상치 않은 드라이버 거리를 뽐냈다. 프로 선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250m 가까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별로 배운게 없으니 내 마음대로 때렸다. 어쩌면 그때가 가장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들이 ‘잘한다’고 칭찬만 해주셨을 때다”라며 웃었다. 코치들의 적극적인 ‘선수 권유’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송혜빈은 “아버지가 ‘그 때 코치들이 원망스럽다’는 농담을 가끔 하신다(웃음). 골프 선수도 그렇지만 그 부모의 삶이 워낙 힘들다고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장타에 소질을 보여 본격 골프를 시작하게 됐지만 현재 강점은 쇼트 게임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송혜빈은 "한때 쇼트 게임이 안 돼서 1년 이상 하루 4~5시간을 연습에 몰두했다"며 "그러다보니 이제는 샷에서 나온 실수를 쇼트 게임에서 만회하는 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반대로 이제는 샷에 부족함을 느낀다. 한가 지가 잘 되면 다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골프 참 어렵다"며 웃었다.
성적이 좋았기에 학교 선생님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며 본격적인 선수생활이 시작됐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학생 골퍼로서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골프가 참 잔인한 종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나 마음가짐 등에 대한 평가 없이 철저하게 ‘스코어’로 결과가 나온다.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가면서부터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 마커를 잘못 집어드는 등 실수로 벌타를 받을 때도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골프를 그만 둬야하나라는 고민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그를 잡은 것은 승부욕이었다. 송혜빈은 “그런 마음이 떠오를 때 당장 그만두기에는 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한 번만 더 해보고, 한 대회만 더 나가보고, 한 시즌만 더 해보고’라며 그 때마다 나름의 기간을 정해뒀다”면서 “정해둔 기간까지는 정말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려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만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력이 길지 않아 함부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골프에 ‘꾸준한 상향 곡선’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훈련과 연습에 열중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곧장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정말 ‘그만 둬야하나’라는 생각이 절정에 오르면 신기하게도 그 다음 결과가 좋게 나온다. 그렇게 골프가 ‘행복감’을 주면 다시 열중하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골프가 나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그렇게 골프에 점점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골프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라는 그는 먼 곳까지 바라보고 있다. 국가대표 자격을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우선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된다는 의미 아니겠나. 특히 우리나라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국가대표가 되기 어려운 나라다”라며 “202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인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꼭 서고 싶은 무대다. 2028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올림픽에 출전해 보고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막연한 장기적 꿈뿐만 아니라 당장의 현실적 목표도 이야기했다. 송혜빈은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5~8차전 아마추어 상금 포인트 1위로 준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지금 참가하고 있는 점프투어에서 정회원 자격을 따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우승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스스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좌절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기회로 삼겠다. 앞으로 길게 남은 골프 인생이 더욱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