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고죄의 범위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무고죄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 씨는 2020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B 약국의 약사가 무자격자인 종업원 C 씨에게 명찰을 달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했고, 실제로 C 씨가 자신에게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의약품을 처방하고 판매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B 약국은 해당 약품을 취급한 적이 없었고, C 씨에게 일반 의약품 판매를 지시하지도 않았다. 이에 B 약국 측은 A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A 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A 씨가 경찰 등 수사기관에 허위고소를 한 건 아니지만 B 약국 약사를 약사법 위반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등에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봤다. 형법은 무고죄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죄”로 규정한다.
A 씨는 재판에서 민원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약국에서는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약을 판매한 적이 없고 피고인은 레드콜연질캡슐이라는 약을 구매하지도 않았다”며 “설령 의약품의 생김새나 제품명을 분명히 기억하지 못했으면서도 그것을 레드콜연질캡슐이라고 특정하여 신고한 것은 내용이 허위이거나 허위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허위신고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신고내용이 자신이 경험한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B 약국의 약사와 C 씨가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더하고 추측·과장한 내용을 신고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무고죄의 객관적, 주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무고의 범의를 갖고 무고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고자가 허위라고 확신한 사실을 신고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그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신고사실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면 무고의 고의를 부정할 수 있으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허위신고의) 목적이 필요한 조사를 해 달라는 데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고의 범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