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야정 협의체에 김동연 지사 나오라” 버텨…“원 구성도 않고 세비만 챙기나” 비판 직면
경기도의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1대 도의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원 구성은커녕 의장도 뽑지 못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각 78석씩 동수로 구성된 탓이다. 기선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지난 10대 도의회는 민주당 135석, 자유한국당 4석이었다. 압도적 의석수는 전임 이재명 도지사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11대 현 도의회가 양당 동수로 구성되자 설득과 협의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런데 4년을 참아온 국민의힘 측의 완고함이 남다르다. 의회 파행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물론 김동연 지사도 여러 차례 “협치”를 언급하기는 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했고 남경필 전 지사를 만나 협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런 행보를 두고 몇몇 언론은 협치와 연정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근거로 도의회 국민의힘 측이 경제부지사, 산하기관장 추천권을 요구하자 김동연 지사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정책 협치부터 시작해 신뢰와 이해를 높이며 협치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남은 것은 도의회 파행이었다. 경기도가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고 소관 실국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도의회에 보냈지만 의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의회의 절반을 차지한 민주당도 상대를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조례는 도의회를 거치지 않고 경기도가 지난 19일 직접 공포하는 수순을 밟는다.
도의회 국민의힘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동연 지사 측은 의회와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조례 공포 보류를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깼다.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김동연식 협치의 추악한 이면이 이렇게 빨리 드러난 것에 경악한다”는 입장을 냈다.
사실 해당 조례는 앞서 6월 29일 제10대 도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의결돼 7월 초 공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이 반발하며 제11대 도의회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고 경기도가 받아들여 양당 합의를 기다리며 공포를 미뤄온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의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시간만 끈 셈이 됐다.
경기도는 7월 21일 도의회에 1조 4587억 원의 추경안도 제출했지만 역시 처리는 요원한 상태다. 21일 국민의힘 현역 도의원에게 조례를 왜 반대했는지 묻자 “협의 없이 공포한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평화부지사의 경제부지사 전환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다음 일정이 있어 지금은 답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과 예산 집행을 비판하며 경기도 경제 활성화, 기업 지원을 위해 쓰자던 국민의힘이 경제부지사보다 평화부지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적다. 추경안 역시 도민에게 지급해야 하는 코로나 생활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들을 지급하지 말자고 주장할 의원이 있을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조례의 내용이나 추경안에 대한 반대가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 신임 도지사 기강 잡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정가에선 “반대하려면 사안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갖고 와서 해야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 도의회와 도정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고도 도민을 위한 의회인가”라는 날 선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7월 4일 의장을 선출하고 15일 원 구성을 마쳤다. 원 구성을 마친 날 임시회를 열어 오세훈 시장의 민선 8기 첫 추경과 조직 개편안을 심사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와 극명히 대비되는 행보다.
지난 7월 20일 경기도의회에는 첫 의정비가 지급됐다. 이날 지급된 의정비는 의정 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한 554만 원으로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12일 임시회 1차 본회의를 가진 것 외에 의회를 열지 않았다. 1차 본회의도 임시 의장이 개의 직후 정회를 선포하며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이런 경기도의회를 두고 “대체 도의회가 도민을 위해 뭘 하는 거냐”, “원 구성도 못 하고 세비만 챙겨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