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교육단체 “근본도 모르는 소리”
교육부가 오는 2025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교육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조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등 40여 개 단체가 모인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5세 유아 초등취학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학제가 바뀌게 된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학연령 하향은) 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범국민연대는 이날 “교육부의 업무보고에서 ‘유아의 삶과 성장’이 아니라 ‘산업인력’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교육격차 해소’라는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문제는 해당 연령의 유아에게 어떤 교육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교육적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20년 뒤에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서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은 결단코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근본적으로 현 교육 체제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원인인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입학연령을 낮추어 교육격차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근본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지금 수많은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들 봐라”라며 “찬성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고 모두 불안해하면서 조기교육 경쟁만 가속화될 거라고 걱정하고 방과 후 돌봄 공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외쳤다.
정지현 대표는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1년 앞당겨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들의 부모를 교육부는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 것이냐”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아직도 요원하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앞당긴다고 교육격차가 해소될 거라고 믿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격차 문제가 입학 연령을 앞당겨서 해결된다면 이전 정부가 왜 진작에 추진하지 않았겠느냐. 교육격차는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최근 학제개편에 대해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 수급의 대폭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