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 모두 직면한 고민…기존 팬덤 옮겨갈 만한 ‘임영웅급’ 등장 쉽지 않을 듯
#이미 시들한 트롯 재열풍 가능한가
사실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통해 다양한 신세대 트롯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꽤 오랜 만에 트롯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기 장르의 명맥을 이어가던 트롯은 10년 넘게 정체기에 빠졌다. 2003년 장윤정의 ‘어머나’ 열풍을 타고 신세대 트롯 열풍이 시작됐지만 몇 년 만에 다시 사그라졌다. 그리고 2019년 ‘미스트롯’의 송가인과 홍자, 그리고 2020년 ‘미스터트롯’의 TOP7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거센 트롯 열풍이 불었다.
이후 비슷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그 어느 프로그램도 TV조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했고, 제대로 터진 신예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서서히 트롯 열풍이 식어갔다. 재점화 기회가 있기는 했다. 2020년 연말부터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와 KBS ‘트롯 전국체전’의 경쟁이 확실한 재점화 기회로 여겨졌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며 오히려 트롯 열풍이 시들해졌음을 재확인해줬다.
TV조선 역시 ‘미스트롯2’의 실패 이후 ‘미스터트롯2’가 아닌 ‘국민가수’를 다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꺼내 들었다. 그 즈음 가요계에선 이미 TV조선도 더 이상의 트롯 열풍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까지 나왔을 정도다.
결국 관건은 ‘미스터트롯2’과 ‘불타는 트롯맨’의 정면승부가 과연 트롯 열풍을 재점화할 수 있느냐다. 지금은 경쟁 프로그램으로 만났지만 이들이 바로 트롯 오디션에서 ‘국민가수’로의 방향 전환을 주도한 제작진(서혜진 군단)과 방송사(TV조선)다. 이미 양쪽 모두 트롯 열풍 재점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탄탄한 기존 팬덤 이겨낼 수 있나
물론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트롯을 좋아하는 대중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그들은 트롯 열풍이 시들해졌다는 얘기에 충분히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트롯 팬 층은 대부분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롯 가수들의 팬 층과 일치한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TOP7과 송가인, 홍자 등 인기 트롯 스타들은 막강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들이 트롯의 주요 소비계층이 됐다.
팬 층이 두터워진 부분은 분명 트롯 열풍의 확실한 연료가 되고 있지만 팬덤을 중심으로 팬 층이 형성된 상황에선 새로운 스타의 등장이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스터트롯’의 대성공 이후 타사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한계는 TV조선 ‘미스터트롯2’과 MBN ‘불타는 트롯맨’도 마찬가지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스타의 팬덤이 구축돼야 하는데 막강한 기존 팬덤을 떠나 새로운 스타의 팬덤에 합류할 이들은 분명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채널 ‘스타채널 디 오리지널’ 댓글도 대부분 “두 프로그램에서 TOP7을 능가할 스타가 배출될 가능성은 없다”는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특히 임영웅 팬들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미스터트롯2’은 아예 ‘제2의 임영웅’이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고, ‘불타는 트롯맨’도 임영웅과 송가인의 이름을 활용해 홍보하고 있다. 이런 방식에 ‘제1의 임영웅’ 팬들이 거세게 반응하고 있다. 임영웅을 능가할, 최소한 임영웅에 필적할 가수가 다시 나오는 것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댓글을 통해 드러난 임영웅 팬들의 심리로 보인다.
#‘제2의 임영웅’ 과연 나타날까
물론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연예계에선 늘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한 스타가 존재할지라도 언젠가 더 폭발적인 인기를 가진 신예 스타에게 그 자리를 내주곤 하기 때문이다. 임영웅 역시 ‘미스터트롯’ 방영 직전까지는 오늘날의 스타덤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딘가 새로운 스타는 숨겨져 있을 수 있고, 그들을 발굴해 내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이돌은 대형 연예기획사는 물론 중소형 연예기획사까지 체계적으로 연습생을 관리하며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 아예 각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만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었을 정도다. 반면 아직 트롯 업계는 그 정도의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기회를 맞지 못한 무명 가수들이 많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끝내주는 노래 실력과 끼를 갖춘 실력파들이 어딘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 방송가에서 10여 개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됐던 터라 가요계에선 ‘이미 나올 만한 사람은 다 나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실제 방송을 시작하면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에는 실력과 끼, 스타성까지 겸비한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그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제2의 임영웅’이라 불릴 만한 신예 스타가 존재하느냐다.
단순히 ‘미스터트롯2’에서 우승해 진의 자리에 올랐다고 ‘제2의 임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즌2 우승자일 뿐이다. 사실 임영웅에 필적할 만한 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기존 팬덤 구성원들이 마음을 돌려 신예 트롯 스타의 팬덤으로 자리를 옮길 만큼 강력한 스타여야만 한다. 현재 상황에선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 과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