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O 프로젝트 실패로 내분 격화, 폭로전 끝 이두희 대표 회사가 인수…국내 NFT 업계 자성론
한 가상자산 전문가가 최근 국내 1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꼽히는 메타콩즈 내분을 보고 한 말이다. 이 내분은 전체 국산 NFT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이번 메타콩즈 사태는 6월부터 분쟁의 조짐이 보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6월 Life Goes On(LGO)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7월 메타콩즈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기존 브리딩(Breeding) 시스템을 전면 없애고 주니어콩즈, 시니어콩즈, 고스트콩즈를 민팅해 파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체적으로 최악으로 평가 받는다.
메타콩즈 거버넌스 코인인 MKC는 지속적으로 발행돼 나오는 구조로 토큰 이코노미가 짜여 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한 사용처로 나온 게 브리딩 시스템이다. 그런데 비용만 비싸고 별 쓸모가 없던 브리딩 시스템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자 메타콩즈가 꺼내든 게 LGO 프로젝트다. 쉽게 말해 아무도 브리딩을 안 하니 그냥 브리딩된 채로 민팅(발행)해 팔겠다는 것이다.
브리딩 시스템을 개선해야 했는데 아예 없애버리면서, MKC를 사용하고 소각하는 큰 통로가 사라졌다. 7월 메타콩즈는 ‘콩즈 다이닝 코리아’를 설립해 스타 셰프인 정호균 씨와 협업해 외식업에 진출했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MKC 소각에 쓰겠다고 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메타콩즈는 최초 메타콩즈 외에도 지릴라, 뮤턴트,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콩즈, LGO콩즈 등등 캐릭터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서 난잡한 데다 희소성이 떨어졌다. 메타콩즈 팀 이미지도 추가 발행으로 NFT 팔아먹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줬다.
더군다나 기존에 진행한다고 했던 로드맵은 지켜지지 않았고, 마블의 시빌워와 유사한 메타콩즈와 뮤턴트 콩즈가 싸운다는 ‘콩즈 워’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1초 컷을 자랑하던 메타콩즈 팀은 LGO 프로젝트에서 민팅 완판에 실패했다.
LGO 프로젝트 민팅이 실패하면서 커뮤니티 분위기가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과거 ‘킹콩’ 황현기 메타콩즈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고점에서 메타콩즈 NFT 4개를 매도했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마치 스타트업 대표가 고점에서 비상장 시장을 통해 구주를 매각한 셈이라 홀더 사이에서 미운털이 박혔다. 황 대표는 과거 받았던 투자금 정리 차원에서 아내가 메타콩즈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6월 LGO 프로젝트 민팅 소식이 나오면서 홀더 사이에서 불만이 커졌고 이때 이두희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여러분이 반대하는 이상으로 나는 최근 운영에 반대를 많이 했다”고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두희 CTO는 곧바로 “나보다 훨씬 오랜 기간 NFT를 투자했던 이강민 메타콩즈 대표와 황현기 COO가 나보다 훨씬 판단력이 좋다고 생각했고,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방법을 두 분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중순 메타콩즈 홀더 중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비대위는 자신들이 보유한 메타콩즈 고릴라 영정 사진을 만들어 장례식을 치렀다. 비대위는 이강민 메타콩즈 대표와 황현기 COO의 퇴진과 함께 이두희 CTO 원톱 체제로 전환을 요구했다. 황현기 COO는 과거 NFT를 매도했다는 아내가 사실은 메타콩즈 모더레이터(커뮤니티 매니저)로 팀 관계자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추가 논란이 된 점도 컸다. 여기에 이두희 CTO가 LGO 프로젝트 민팅에 반대했다는 인상을 준 데다 그가 인기인이라는 점에서 직접 운영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이두희 CTO도 이강민 대표와 황현기 COO 등의 운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이두희 CTO는 “LGO 민팅 전 이강민, 황현기 이사가 ‘민팅 실패 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 퇴사도 각오하고 있다’고 해 장수의 각오가 담겨 있다는 점에 마음이 동해 LGO 민팅을 동의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사퇴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절반의 성공을 주장하며 안 내려오고 있다. 이제 그만 내려와서 나에게 경영권 넘겨 달라. 이 상황에서 제일 피해보는 사람은 홀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내분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저격이 시작됐다. 7월 20일 이강민, 황현기 측도 메타콩즈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두희 CTO 관련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메타콩즈 운영진 명의로 게시된 트윗에는 ‘이두희 CTO는 2억 원 이상의 애스턴마틴을 법인 차량으로 구매했고 집에 보관하면서 법인 목적이 아닌 사적 유용을 했다’, ‘이두희 CTO는 M.E.S Vers(의류 등을 판매하는 플래그샵)에 투자 요청을 했고 메타콩즈는 6억 원을 투자했지만 큰 손해를 입었다’, ‘이두희 CTO는 개발비로 업계에서 나올 수 없는 금액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매달 용역비로 5500만 원씩을 지급 받았다’ 등의 발언이 이어지며 이내 폭로전이 됐다. 특히 이들은 과거 이두희 CTO가 협업하다 불화로 이탈한 돈키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두희 CTO는 “법인 차량 구매한다고 하기에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메타콩즈 모두가 성공에 취해서 차량을 고르기 시작했다. 저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고 양측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자 결국 7월 23일 이두희, 이강민, 황현기 세 명의 이름으로 ‘미숙한 모습 보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메타콩즈는 멋쟁이사자처럼(멋사)에 인수된다’고 밝혔다. 멋사는 이두희 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결국 이두희 대표가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이에 이두희 CTO는 “이강민 대표, 황현기 이사 두 분의 큰 성공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분은 어떻게 정리되는지, 지분 인수가 된다면 인수가는 얼마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인수라는 말과 달리 지분 변동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분이 벌어지자 메타콩즈 NFT 가격은 0.5이더리움까지 폭락하면서 약 80만 원에 이르렀다. 최초 민팅 가격보다는 높지만 고점 대비로는 수십 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그러다 이두희 CTO 인수 소식에 1.5이더리움까지 오르면서 약 300만 원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다시 0.7이더리움으로 하락해 130만 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1위 NFT인 메타콩즈 명예가 크게 실추되면서 NFT 커뮤니티 분위기는 좋지 않은 모양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 씨는 “전체적인 시장 상황도 안 좋은데 아무래도 국내 대표 NFT인 메타콩즈 모양새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NFT 업계는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IT, 가상자산 시장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은 “운영진이 애스턴마틴 같은 고가의 슈퍼카를 끄는 일은 최근 스타트업 VC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국내 NFT 사업에 투자할 때 이번 사건 때문에라도 인상이 좋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NFT 시장이 재평가 받아야 한다는 여론에 매우 공감한다. 프로필 사진에 쓰는 NFT인 PFP-NFT는 주식보다 더 투자 용도로만 치부되고 있다. 1초 컷으로 완판시켰던 시기에는 살 수만 있으면 바로 팔아도 이득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라면서 “PFP-NFT가 뭔지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PFP-NFT는 커뮤니티와 그들만의 색깔에 더 집중해야 하며 가격 얘기만 나오는 현재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가격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