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프롬 DR 보유자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에 공개매수 제안…미래에셋 “제안일 뿐, 응한 사람 없어”
4월 18일 미래에셋은 가즈프롬 주식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당시 미래에셋의 공개매수 제안 가격은 0.02유로다. 가즈프롬은 독일, 영국, 미국 등에 DR 형태로 상장돼 있었다. 가즈프롬 DR은 러시아 원주(본국에서 거래되는 주식) 2개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미래에셋이 공개매수 제안을 한 DR은 독일에 상장된 GAZ라는 티커(주식기호)를 보유한 주식이다.
러시아 주식에 투자한 김강모 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런던에 상장된 가즈프롬 DR인 OGZD는 그래도 매수 제한이 되면서 0.5달러가량으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런데 독일에 상장된 GAZ는 2.7유로가 마지막 가격이었다”면서 “런던 상장 DR이어도 황당할 텐데, 독일에서 2.7유로에 마지막 거래된 GAZ를 거래 정지됐다는 이유로 0.02유로에 사겠다는 제안 자체가 황당하다. 만약 투자자 가운데 DR을 원주 전환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상장 폐지됐기 때문에 끝났다고 생각해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주식 투자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당시 러시아에서 거래되는 원주 가격은 전쟁 전 폭락을 모두 회복해 약 3달러 초반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에서 러시아 주식에 투자했던 A 씨는 “DR은 원주 2주의 가치기 때문에 약 7달러에 가까운 DR을 0.02유로에 공개매수를 한다는 게 '잘 모르는 호구' 낚으려는 것 아니냐? 도덕적 해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제안이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공개매수에 응한 사람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 가즈프롬 DR 공개매수는 그때뿐만이 아니었다. 미래에셋은 6월 20일 이번엔 0.1유로로 다시 한 번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당시 가즈프롬은 가격이 급등해 전쟁 이후 폭락했던 주가를 거의 회복하고 있었다. 6월 20일 가즈프롬 원주 가격은 300루블 이상으로 뛰며 약 5달러 이상이었는데, 원주 2개 가치인 DR을 0.1유로에 사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러시아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는 “미래에셋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더군다나 7월 25일에는 각 증권사에서 가즈프롬 DR 투자자에게 원주 전환 신청을 안내했는데 1 대 2여야 하는 DR 대 원주 비율이 잘못돼 1 대 0.5로 연락이 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해외 증권사 측에서 안내를 잘못해서 예탁원 측에 잘못 연락이 갔고, 모든 증권사가 다 이런 실수를 했다. 정정해서 다시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강모 씨는 “예탁원이 미래에셋증권뿐 아니라 삼성증권 등 여러 증권사에 원주 전환 비율을 1 대 2가 아닌 1 대 0.5로 안내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고객들에게 안내가 되었다는 점에서 예탁원은 물론이고 증권사에 대한 신뢰까지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