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컵 8강 탈락 겪으며 보완할 부분 찾아…아직 난 배울 게 많다”
1999년생 영건 이우석의 발견은 대표팀이 거둔 하나의 수확이었다. KBL에서 2년 차 시즌을 치르고 대표팀에 발탁된 이우석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표팀 일정을 마무리하고 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에 합류한 이우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우석은 이번 대회 대체선수이자 '막내'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가드진에서 연이은 부상이 발생하며 공백이 생기자 추일승 감독은 이우석을 불러들였다. 이우석은 "당연히 대표팀 발탁은 너무나도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명이 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대체 발탁이라는 느낌을 나 스스로도 그렇고 사람들에게서도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좀 더 의욕이 생겼다. 자신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활약한 성인 대표팀이었지만 이우석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수들 간의 많은 대화와 교류가 더 단단한 팀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가 좋았다고 자부한다. 주장인 (이)대성이형 주도로 점심을 먹고 선수들끼리 항상 티타임을 가졌다. 그게 이번 대표팀의 핵심 에너지였다고 본다. 운동만 하고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성이형 주도로 서로 마주하는 기회들이 많았는데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경기력 면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속팀에서도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첫날 훈련에서 티타임을 했는데 안 되겠더라.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방에서 쉬어야 한다(웃음)."
대표팀 멤버 모두 같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팀에 처음 합류한 이우석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주장 이대성의 새로운 면모를 봤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최준용, 허웅, 허훈 형들은 미디어에서 접하기도 했고 형들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 실제 생활할 때도 크게 다를 것 없었다"며 "그런데 (장)재석이 형은 예상 밖이었다. 진중하고 열정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실제 그렇기도 한데 반대로 그렇게 장난끼 있고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춤도 잘 추더라"라며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대표팀이지만 훈련에 돌입하면 진지해졌다. 이우석은 "대표팀 멤버들이 생각 이상으로 농구를 즐긴다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즐겁게 운동을 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며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정말 치열하게 한다. 훈련 때 몸싸움을 플레이오프 경기 못지않게 한다. 누구랑 부딪히든 '아 정말 힘이 세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힘껏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첫 경기 만리장성을 넘고 3연승을 기록하며 8강에 올랐다. 8강 상대였던 뉴질랜드도 이길 수 있을 상대로 보였지만 악재에 울었다. 허웅·허훈 형제가 각각 코로나19 감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우석과 함께 유이한 가드 자원이던 이대성은 경기 중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며 퇴장당했다. 3쿼터부터 이우석은 대표팀의 유일한 가드였다.
"역시 뉴질랜드전이 가장 아쉽다. 가드가 나 혼자 남은 상황에서 내가 풀어갈 수 있어야 했는데 담대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다른 가드 형들에게 나도 모르게 의지하면서 플레이했던 것 같다. 대성이 형 퇴장 이후 더 큰 부담이 생긴 상황을 즐기지 못했다. 너무 아쉽고 창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표팀에서 지낸 시간은 이우석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일단 느낀 점이 많다.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분명 보완할 부분도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좋은 경험치를 먹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고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다른 나라 대표팀과 경쟁하면서 운동을 하는 데 조금은 여유가 생긴 느낌도 든다. 나만의 플레이를 좀 더 부드럽게 할 수 있게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컵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렸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예상 외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이우석은 "현지분들이 우리팀을 많이 응원해주셨다. 특이 웅이 형 인기가 대단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내 얼굴이 새겨진 응원 팻말도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뭔가 한류스타가 된 기분이었달까. 매 경기 그 팻말이 경기장에 등장했다. 정말 힘이 됐고 자부심도 생겼다. 다만 그 사진 말고 다른 사진을 써주셨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며 웃었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이우석은 귀국 직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는 "이전에 한 번 걸린 경험이 있어서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휴가 일정을 격리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을 뿐"이라며 "대표팀 일정 전후로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격리 직후 팀 훈련을 시작하니까 정말 힘들다. 당분간은 어떻게든 견뎌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석은 2년 차 시즌을 마치고 이어진 KBL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1년 차 시즌을 대부분 부상으로 소화하지 못했기에 그에게 트로피가 주어졌다. 이우석의 데뷔 시즌부터 2년 차까지 수상이 가능한 방식으로 규정이 달라진 점도 작용했다. 그는 "행운도 따르기도 했지만 정말 큰 성취감을 느꼈다.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첫 시즌 부상 이후 달라진 규정이 있었기에 두 번째 시즌은 신인왕이 목표 중 하나였다. 2년 차로서 수상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 욕심이 났다"고 전했다.
트로피와 함께 받은 상금은 휴가 기간 가족, 친구들과 여행에 썼다. "가족들과 여행에는 내가 대부분 비용을 부담했다. 그간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친구들과 놀러갈 때는 펜션 비용을 내가 댔는데 친구들이 알아서 장을 봐오더라"라며 웃었다.
현대모비스에는 이번 비시즌 기간 동안 거대한 뉴스가 있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팀을 이끌어온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총감독' 직함을 달며 일선에서 물러나고 조동현 전 수석코치가 감독직에 올랐다. 그는 오후 운동 이전 낮잠을 자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솔직히 별 생각 없었다(웃음). 잠이 덜 깨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감독님이 완전히 떠나시는 게 아니고 '총감독'이 되신다는데,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아직까지 운동을 하는 데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가끔 조동현 감독님을 '코치님'이라고 부르려 하는 혼란은 있다(웃음). 코치님이실 때는 서로 장난도 많이 쳤는데 이제는 감독님으로서 권위를 지켜드려야 한다. 감독님도 약간 묵직한 느낌을 가져가려고 하시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하지만 '나 이우석, 그렇게 쉽게 둘 순 없지'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장난을 걸며 그 '묵직함'을 깨기도 한다"고 했다.
특유의 밝은 성격, 활력 있는 플레이로 대표되는 이우석이다. 현대모비스 구단 관계자는 이우석에 대해 "끼가 넘친다. 현재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고 귀띔했다. 이우석은 인터뷰 진행 중 사진 촬영 이후 "사진 보정을 너무 많이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요즘은 팬들이 다 눈치 챈다"며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선배, 코칭스태프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구단에서 운영 중인 동영상 채널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우석은 이 같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릴 때는 소심한 면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끼'가 아예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속 한 구석에는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고 때로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다 보니 점점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그러면서 농구도 잘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격·성향은 자연스레 플레이로도 연결된다. 그는 "당연히 경기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디서든 주눅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내가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멘털이 무너지면 안된다"라며 "다만 유재학 감독님께 호되게 혼날 때면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웃음). 그래도 내 중심을 잡고 조언 잘 받아들이면서 씩씩하게 대답했다"고 했다.
이우석은 프로 데뷔 이후 3년 차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까지 수상했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은 많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부상을 당하며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오른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끝까지 달리겠다는 굳은 각오로 시즌 준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시즌 전에 주위에서 우리 팀에 대해 '약하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4위를 했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한때는 1, 2위 싸움도 했던 팀이 우리다. 이번 시즌도 충분히 강한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책임감이 더 커졌다.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더하는 플레이로 안정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레전드' 양동근 코치님 같은 안정감을 보이고 싶다. 코치님에게 0.1%의 만족감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아직 나는 배울 게 많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