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논란’ 탓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 박해진이 전 소속사 하하엔터테인먼트 하재완 대표에게 무고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배우 박해진의 전 소속사 하하엔터테인먼트의 하재완 대표는 지난 9일 박해진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했다. 지난해 박해진은 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지난 10월 3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증거불충분으로 하 대표를 혐의 없음 처분결과를 내렸다. 이에 하 대표는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박해진을 고소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해진의 매니저 조민철 실장은 “맞고소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해진 측은 지난 15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제보자에 대해서 연예계 관계자라는 것만을 밝히며 묵묵히 침묵을 지켜왔지만 당사자가 직접 입장을 밝힌 만큼 제보자로 전 소속사 대표를 지목했던 근거 자료를 공개한다”며 수서경찰서에 요청해 받은 ‘수사결과 공개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박해진에 대하여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고 제보한 자에 대하여 ‘피내사자(박해진)와 같이 일하는 제보자’라고 명시돼 있다. 조 실장은 “박해진이 데뷔부터 병역비리를 받기 전까지 하하엔터테인먼트의 소속이었으며 수서경찰서에서 제보를 받아 내사를 시작한 시기에 전 소속사와 매니지먼트 전속해약을 위한 법정공방을 진행 중이었던 터라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박해진 측의 입장에 대해 하 대표는 “수서경찰서에 제보한 이가 ‘같이 일을 하던 이’라고 하는데 ‘같이 일을 한다’는 의미를 어떤 근거로 전 소속사로 단정해서 해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자신들만의 해석과 당시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었다는 정황만으로 나를 고소했지만 이런 그들의 주장은 이미 검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내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또한 “마치 내가 데리고 있던 연예인을 음해하는 사람처럼 비춰져 업계에서 이상한 사람이 됐고 회사도 어려워졌다”며 “그들이 제시한 자료와 주장이 오히려 내가 왜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박해진을 고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해진이 병역 비리 논란에 휘말렸을 당시 하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당시 하 대표는 “제보자로 몰려 고소당한 상황이라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면서 “내가 제보를 했다고 하는데 박해진이 정신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조차 최근에 알게 됐다”고만 밝혔었다.
과연 하 대표는 박해진이 정신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몰랐을까. 지난 7월 강남경찰서에서 있었던 박해진과 하 대표의 대질심문 당시 박해진이 “전속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 그 사실을 얘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대표는 “만약 내가 그 사실을 그때 들어서 알고 있어 전속계약 분쟁 때문에 경찰에 제보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정신병력 병역면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박해진을 협박해 법적 공방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 대표에 따르면 박해진이 하하엔터테인먼트와 처음 일하게 된 시점이 2004년 6월이라고 한다. 이 대목은 박해진 측과 주장이 엇갈린다. 병역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박해진 측 법적대리인이던 법무법인 화우는 “박해진은 2006년 하하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했다. 2006년 이전까지 박해진은 어떠한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에도 소속된 바가 없으며, 연예활동을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2004년 6월부터 일종의 연습생 형태로 우리 회사에 있었고 전속계약은 그가 2006년에 데뷔하는 시점에 체결했다”면서 “데뷔 시점에 맞춰 정식으로 전속계약을 했을 뿐 2004년 6월부터 실질적인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이었던 터라 박해진의 연예계 데뷔를 위해 수천만 원을 투자를 했고 관련 영수증 등 증거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진이 하하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일을 시작한 시점이 중요한 까닭은 그가 정신질환(우울증 및 대인기피증)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시점이 2004년 3월 22일이기 때문이다. 박해진 측은 2003년 6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매달 경북대 병원을 찾아 진찰 및 약물처방을 받는 통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년 5개월여의 통원치료를 통해 정신 질환을 어느 정도 치유한 뒤인 2006년에 연예계에 데뷔했다는 것이 박해진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하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정신질환으로 면제 판정을 받고 두 달 뒤인 2004년 6월부터 박해진이 서울에서 연예계 데뷔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하 대표는 “정신질환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지 두 달밖에 안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연습생으로 받아 수천만 원을 투자하고 전속계약금까지 주고 정식 계약을 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지망생을 받아주는 연예기획사는 대한민국에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박해진이 정신 병력을 속인 채 우리 회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기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해진의 소속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09년 3월 종영된 드라마 <에덴의 동쪽> 출연료를 아직까지도 지급하지 않은 전 소속사 대표 하재완 씨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이미 우리 회사와 박해진 사이의 금전 문제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의 중재로 합의가 모두 끝났다. 그럼에도 뭔가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모두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연매협 중재 합의에 대해 박해진의 매니저 조 실장은 “협회 중재로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누락된 출연료 3000여만 원이 있어 그에 대한 고소를 검토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