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내내 이슈 양산 ‘이브’ 무난한 시청률로 종영…곱잖은 시선 남아 있지만 배우 활동 동력은 얻은 셈
2021년 4월 가스라이팅 논란이 불거지면서 서예지는 그 즈음 개봉한 영화 ‘내일의 기억’의 홍보 스케줄조차 소화하지 못한 채 급하게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여자 주인공 ‘수진’ 역할을 맡아 ‘내일의 기억’에서 좋은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제대로 된 평가는 받지 못했다. 결국 이 영화는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그리고 5개월여 지난 2021년 9월 서예지가 tvN 드라마 ‘이브의 스캔들’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가제가 ‘이브의 스캔들’이었던 이 드라마는 나중에 ‘이브’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서예지의 컴백 소식에 대중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두 달 뒤인 11월 서예지의 ‘이브’ 캐스팅 확정 소식이 전해졌다.
2022년 2월 25일 tvN이 ‘이브’의 드라마 대본 리딩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틀 뒤인 27일 서예지는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리고 6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브’는 논란과 화제를 양산하며 16부작으로 방송됐다.
7월 21일 종영한 tvN 수목 드라마 ‘이브’의 최종회 시청률은 4.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3.6%로 시작해 3.0%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꾸준히 3%대는 유지했고 8, 9회에서 4.1%를 기록한 뒤 다시 3%대 중반을 기록하다 최종회에서 4.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케이블 채널 수목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무난한 성적표다.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tvN 수목 드라마 ‘킬힐’은 4.4%로 시작해 중간에 2%대까지 하락했다 4.7%로 종영했다. 그 후속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도 최종회에서 기록한 3.7%가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앞선 두 편의 tvN 수목 드라마와 비교해도 가장 무난한 성적표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서예지의 컴백도 무난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브’가 방영하는 내내 각종 논란과 이슈를 양산했다는 점이다.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을 표방한 ‘이브’에서 이라엘 역할로 출연한 서예지의 연기력은 이번에도 좋았다. 문제는 드라마 초반부에 화제가 된 부분이 돌아온 서예지의 연기력이 아닌 파격적인 베드신이었다. 게다가 설득력을 갖는 베드신이 아닌 까닭에 일부 언론에선 ‘의미 없는 베드신’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또한 살인과 극단적 선택, 조현병 등 자극적인 소재가 거듭됐는데 결정타는 '가스라이팅'을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라엘(서예지 분)이 한소라(유선 분)의 인생을 파멸시키기 위해 강윤겸(박병은 분)의 마음과 이성을 완벽히 장악하는 가스라이팅을 이어간 것. 가스라이팅을 통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이라엘의 모습은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우 서예지와 묘하게 겹치며 화제를 양산했다. 결국 서예지가 드라마 ‘이브’를 통해 가스라이팅 논란을 가스라이팅 연기로 덮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서예지의 컴백 성공 여부는 이제 향후 행보에 따라 결정된다. 컴백작이 크게 흥행하며 화제작이 되거나 빼어난 연기력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 바로 컴백에 성공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이브’는 무난한 수준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브’를 통해 향후 연예계 활동을 이어갈 동력이 확보됐을 뿐 진정한 컴백 성공 여부는 이제 차기작 캐스팅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사실 물의 연예인의 컴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중의 용서를 받았느냐 여부인데 이 부분에서 서예지의 입장이 너무 모호하고 난해하다. 가스라이팅 논란은 의혹일 뿐, 실체가 명확히 확인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김정현이 드라마 ‘시간’에 출연할 당시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김정현이 자진 하차했다.
당시 서예지와 교제 중이었고 일정 부분 서예지가 김정현에게 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은 팩트다. 언론을 통해 당시 서예지와 김정현이 주고받은 카톡 내용까지 공개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가스라이팅 의혹이 불거진 것인데 김정현과 서예지는 이를 부인했다.
당시 서예지 측은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지 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업계에서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으로 모든 배우는 연인 간의 애정 다툼과는 별개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었다.
다른 연예인들의 물의와 달리 가스라이팅은 명확한 실체가 없다. 가스라이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김정현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서예지의 잘못인지, ‘흔한 애정 싸움’일 뿐인데 촬영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김정현의 잘못인지, 아니면 김정현 측의 당시 설명처럼 서예지와는 무관한 건강상의 문제일 뿐이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이미 서예지와 김정현이 헤어진 뒤에 불거진 논란이라 양측의 해명이나 입장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피해자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당시 드라마 ‘시간’의 시청자들이 피해자이며 동료 출연진과 제작진도 피해자다. 결정적으로 김정현의 상대역인 서현이 최대 피해자다. 이런 까닭에 서예지는 ‘가스라이팅이 아닌 흔한 애정 싸움’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사과의 말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 만큼, 이제 어떤 작품에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와 차기작으로 결정되느냐가 서예지의 컴백의 최종 성공 여부를 가릴 전망이다. 컴백작은 그 자체로 화제성이 커 캐스팅 제안이 많은 편이지만 그 이후에는 대중의 반응에 따라 캐스팅 제안이 늘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김정현의 컴백 성공 여부다. 김정현은 11월로 편성이 예정돼 있는 MBC TV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통해 컴백할 예정이다. 김정현이 이 드라마를 통해 화려하게 컴백한다면 서예지의 차후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