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장관 발언 ‘현실성 부족’ 지적…또 다른 특혜 될 수 있어 BTS 응할지도 의문
그러면서 이 장관은 “국방부에서 검토했는데 공정성과 형평성, 병역자원 감소 등 원칙적인 문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 방법에 대해 “군에 오되 연습 시간을 주고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익 차원에서 그들이 계속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연예계가 들썩였다. 과연 현실성 있는 방법이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BTS 군 복무 중 해외 공연 수익은 세금 귀속?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제30조(영리행위 및 겸직 금지)는 ‘군인은 군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국방부 장관이 허가하면 다른 직무는 겸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부 장관이 허가하면 해외 공연은 가능할 수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 게다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외 공연에 대해 ‘국익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BTS 멤버들이 군에 입대한 뒤 해외 공연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연습 시간도 보장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해선 안 되며, 그들의 해외 공연은 국익 차원에서만 허가된다는 의미다.
아직 국방부가 어떤 세부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연예계에선 ‘국방부가 BTS의 월드투어를 주최 및 주관하는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공연 수익은 국익을 위해 세금으로 귀속된다. 이는 국방부가 BTS 멤버들에게 군인 신분이니 세금 벌이를 위해 해외 공연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물론 뭔가 수익에 대신하는 대가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지금껏 국방부가 해온 기존 군 입대 연예인의 사례와 같은 포상휴가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BTS의 군 생활은 입대해서 바로 연습에 돌입해 해외 공연(국방부 주최 월드투어)을 하고 기나긴 휴가를 보내다 다시 복귀해 연습을 하고 또 해외 공연을 한 뒤 다시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 반복될 수 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이 장관이 언급한 ‘공정성과 형평성, 병역자원 감소 등 원칙적인 문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강력한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과연 BTS 멤버들이 국방부 제안을 받아들일까
BTS의 팬덤 아미를 비롯한 팬들이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점은 BTS 멤버들의 의사다. 우선 그들이 이런 방식의 군 입대를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군에 복무하는 그 자체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인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부분은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는 BTS 멤버들의 입장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팬덤 아미 역시 이런 BTS의 의사를 존중해 왔다.
다만 올해 들어 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국회의 빠른 병역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긴 했다. 그렇다면 BTS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국회에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관련 병역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BTS와 소속사가 향후 계획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군 입대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병역특례를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해외 활동 계획을 짜야 하는지가 불분명했다. 하이브의 입장은 이런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결국 공포기간을 감안한 병역특례 관련 법안 통과 시한인 2022년 6월 30일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BTS의 군 입대가 확정됐다. 국방부와 병무청 등이 주도해 정부가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대중문화예술인까지 병역특례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어 성일종 의원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질의를 한 것이다.
이에 이 장관이 해외 공연 및 연습 시간 보장을 해법으로 들고 나왔지만 BTS 멤버들이 이런 제안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이런 방식의 군 복무가 형평성을 벗어난 특혜라는 지적으로 이어지면 되레 BTS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 장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BTS 멤버들이 이왕 나라의 부름에 응한 것이라면 평범한 군 생활에 매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개별 입대할 경우 셈법 더욱 복잡
BTS 멤버들이 동반 입대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순차적 개별 입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국방부가 동반 입대냐 아니면 개별 입대냐에 따라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다. 동반 입대의 경우 간단하다. 군에 입대해 군인 신분이지만 해외 공연 등을 소화하면서 군 생활을 지속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개별 입대를 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7명의 멤버 가운데 2명만 입대해 군인 신분이라면 국방부가 2명의 군인 멤버가 영외로 나가 다른 일반인 멤버들과 함께 해외 공연을 준비하고, 해외 공연도 소화해야 한다.
이런 경우 해외 공연은 소속사 하이브가 주도하게 되는데 수익 분배가 문제가 된다. 군인 신분인 2명의 멤버는 군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따라서 하이브는 2명 멤버에게 돌아갈 수입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국방부는 2명의 멤버에게 이에 합당한 포상휴가 등을 지급해야 하는데, 분명 쉽지 않은 셈법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게다가 해외 공연을 위해 군인 신분인 멤버들의 헤어스타일 등을 어떻게 할지도 관건이다. 군 복무 중인 스포츠 선수는 짧은 헤어스타일로 경기에 나선다. 거수경례도 한다. BTS 역시 해외 공연에서 군인 신분 멤버는 짧은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서고 해외 팬들에게 인사도 거수경례로 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문제의 핵심은 ‘기준’
사실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가 쉽지 않았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기준’에 있다. 가수와 배우, 방송인 등 다양한 장르의 연예인을 대상으로 각각 어떤 기준을 도입해 ‘국위선양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을 분류하느냐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수만 놓고 보면 ‘빌보드 핫100 1위’ 같은 기준을 정하면 BTS 외에는 기준을 충족시킬 연예인이 거의 없다. 문제는 K팝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면 머지않아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는 가수가 여럿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분명 자랑스러운 국위선양이지만 그만큼 병역특례 연예인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영화와 드라마 등도 비슷한 수준의 유력 해외 시상식이 기준이 될 수 있는데 거기서도 수상자가 폭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적어도 한국 연예계는 그렇게 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큰 사랑을 받는 군 미필 스타들이 해외에서 큰 상을 받아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해외 활동에만 집중하며 국내 활동을 등한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칫 한국 연예계가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 엔터 사업이 해외에선 흥하고 국내에선 시들해질 수 있다. BTS만 봐선 당장이라도 도입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제도가 쉽게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도 결국 기준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과연 국익 차원에서 해외 공연과 이를 위한 연습 시간을 보장해줘야 하는 군인 신분 연예인의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현재 국방부가 이런 부분까지 고민해 그 기준을 확립한 상황에서 장관이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인지를 두고 연예계에서 뒷말만 무성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