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 85일, 검찰총장 102일, 교육부·공정위도 공석…정부 기조 맞는 정책 추진 동력 잃어
복지부 장관과 검찰총장 공백은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서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은 5월 25일 임기를 마친 권덕철 장관 퇴임 이후 이렇다 할 하마평 없이 85일째 공석으로 역대 최장이다. 앞서 후보자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과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명됐지만 두 사람 모두 인사검증 과정에서 낙마했다.
김오수 전 총장이 퇴임한 5월 7일 이후 비어있는 검찰총장 자리는 102일 만에 인사 윤곽이 잡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윤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인사청문회 기간까지 감안하면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긴 공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검찰총장 최장기 공백 기록은 지난 2012년 한상대 당시 총장 퇴임 이후 채동욱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124일이다.
교육부 장관 자리도 비어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월 8일 취임 34일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장관은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 계획을 밝혔다가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장 자리는 5월 이후 사실상 공석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위원장이 새 정부 출범하기 전 사의를 표명했지만, 벌써 넉 달째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일상 업무를 위한 출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지명 6일 만인 7월 10일 자진 사퇴했다. 송 후보자 사퇴 이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이대로는 조 위원장이 9월 8일 만료되는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부처·기관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의 경우 방과 후 학교를 오후 8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의 ‘초등 전일제’ 정책도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방향을 잡아줄 수장이 없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부는 수장 공백의 장기화로 코로나19 방역과 4차 백신 접종, 예산 등 산적한 업무에 마땅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재정 악화로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장관이 없는 상황이지만 1·2차관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보건·복지 업무가 수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역시 대통령 업무보고를 윤수현 부위원장이 대신 맡았다. 차관급 인사가 업무보고를 한 것은 공정위 역사상 처음이다. 내용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업무보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실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이날 보고에서 법 집행 혁신과 시장경쟁 촉진, 시장 반칙 행위 근절,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기반 강화, 소비자 맞춤 거래질서 확립 등 기존 5대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