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등재 뒤늦게 확인…청계재단 다스 지분 5% 보유, 편법 상속 논란 다시 불거질 수도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시형 씨는 2021년 9월 7일 취임, 6일 뒤인 9월 13일 청계재단 이사로 등기됐다. 이 씨가 취임하는 날 이 전 대통령 맏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퇴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주 변호사 자리를 이 씨가 이어 받은 셈이다. 이상주 변호사는 청계재단 출범 초부터 함께했던 창립 멤버다.
이 씨는 이 전 대통령 막내아들로 전직 다스 전무다. 2010년 8월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다스에 입사, 2015년 1월 전무이사로 고속 승진했다. 이 씨는 2018년 ‘MB 다스 실소유주’ 검찰 수사가 계속되자 돌연 퇴사, 이후 잠행의 길을 걸었다. 다스 비자금 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지난 6월 형집행정지를 받았다.
청계재단은 2009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학 사업을 위해 본인 재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재산 환원 공약을 위해 임기 2년 차인 2009년 이 전 대통령은 건물·토지와 개인 예금 등 331억 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 및 복지사업과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 사업 수행 목적이 정관에 담겼다.
출범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제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라며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계재단을 두고는 이 전 대통령의 ‘편법 상속’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2018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을 설립한 이유가 재산 환원이 아닌 다스를 이 씨에게 넘겨주기 위한 ‘꼼수’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검찰이 확보한 2011년 작성된 ‘PPP(Post President Plan, 대통령 임기 후 계획) 기획안’ 문건에는 다스 지분 중 5%를 이 씨에게 상속·증여토록 하고, 5%를 청계재단에 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게 재단법인 설립과 고 김재정(당시 다스 최대주주) 명의 차명재산 상속 및 상속세 절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계는 다스 지분 5.03%를 갖고 있는 주요 주주다. 다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씨가 청계 이사 명단에 오른 것을 두고 묘한 시선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청계재단은 이 씨를 포함해 11명의 이사진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계재단 출연자 및 이사 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기준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출범 이래 계속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송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 대학 동기로 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문애란 G&M 글로벌문화재단 대표,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왕재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등이 중임 중이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 등은 이사진에서 물러났다. 이 씨가 취임한 날 한미숙 전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도 함께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