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진실화해위 찾아 조사 촉구…진화위 “암매장 사형수 4명 유해 발굴 예정”
암매장된 4명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실미도 사건에 마침표가 찍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미도 유족회에 따르면 이날 정근식 진화위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로 유해 발굴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에 동석한 국방부 관계자는 "진화위의 권고가 나오면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제반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미도는 인천 중구 무의동에 딸린 무인도다. 박정희 정부는 북파 공작을 목적으로 1968년 비밀리에 민간인 31명을 모집해 실미도 684부대를 만들었다. 혹독한 환경 속에 실미도 부대원 7명은 훈련 중 사망했다. 나머지 부대원 24명은 1971년 8월 23일 실미도를 탈출했다. 자신들의 억울한 처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서울 진입 과정에서 군경과 교전이 벌어졌고, 현장에서 부대원 20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4명은 1972년 3월 10일 사형당하고 암매장됐다.
교전 현장에서 사망한 20명의 유해는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경기 고양시 벽제시립묘지에서 발굴했다. 이때 사형당한 4명 유해는 찾지 못했다. 2006년 국방부 과거사위는 사형이 집행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옛 2325부대 근처에서도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된다면, 17년 만에 유해 발굴 시도가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진화위는 암매장 추정지 3~4곳에 우선순위를 정해 발굴 작업이 진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암매장 추정지는 △사형이 집행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옛 2325부대 근처 △암매장 현장 목격자가 등장한 인천 부평가족공원 △실미도 부대원 20명 유해가 발굴된 벽제시립묘지 등이다. 발굴 작업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맡을 예정이다.
유족은 발굴 1순위 지역으로 인천 부평가족공원을 원하고 있다. 현장 목격자 진술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오류동의 경우 암매장 지점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굴 대상 면적이 넓어 발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유족은 8월 23일 진화위 방문에 앞서 오전에 경기 고양시 벽제동 인근 군부대에 있는 봉안소에서 열린 실미도 사건 5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이 끝나고 진화위를 방문해 정근식 위원장 면담을 기다리던 중 임충빈 실미도 유족회 대표는 진화위 조사관에게 "진상규명 보고서 발표가 왜 자꾸 늦어지는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처음엔 3월이라더니 6월이 되고,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화위 조사관은 "전화상으로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 내용을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화위는 2021년 5월 첫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때 실미도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3월 10일 사형당한 실미도 부대원 4명의 50주기 추도식에서 진화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 실미도 사건 진상규명 결과를 내려고 한다"고 유족에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상규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또 임 대표는 "진화위는 실미도 사건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기보단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다른 유족이 진상규명 신청을 해야 하는지 물어봤을 때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대답했다더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진화위 조사관은 "신청인이 몇 명이든 진상조사는 똑같이 진행된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유족 3명이 진상규명을 추가로 신청해 실미도 사건 진상규명 신청인은 총 10명이 됐다.
정 위원장은 진화위 일정을 마친 직후 오후 5시경 유족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면담에 앞서 "위원회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다"며 "다른 날 면담을 해도 됐을 텐데, 51주기라는 의미 있는 날 만나기를 원하셔서 기다리게 해드렸다"고 유족에게 양해를 구했다. 유족과 정 위원장의 면담은 비공개로 오후 6시 10분경까지 이어졌다.
유족회에 따르면 진화위의 실미도 조사 보고서의 권고안엔 유해 발굴 외에도 실미도 부대원의 명예회복을 위한 추모공원 조성 등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진화위 측은 유족에게 보고서 완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꺼렸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