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실효성 낮아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 힘 실려…빅테크 독점 견제 장치 필요성도
대출은 차주마다 경제적 상황이 모두 달라 원칙적으로 가격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이제 시작됐지만, 평균치만 드러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공시를 보고 정작 해당 은행을 찾아도 실제 적용 받는 금리는 개인 별로 천차만별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개인별 대출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난립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의 진출도 예고됐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이르면 내년 개인 대상 대출 비교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0월 출시 예정인 사업자 대상 대출 비교 서비스를 개인 대상으로 확대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대출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곳을 선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동 수요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비대면으로 대출을 갈아타기 어렵다. 중도상환수수료 등 기회비용도 상당하다. 이번 비교 서비스가 결국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권에 “고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비대면 원스톱으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저금리로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은 지난해 논의됐지만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의 반발로 좌초됐다. 금융이 빅테크 플랫폼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금융산업의 플랫폼화에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산업의 플랫폼화 계획을 밝혔다. 예금·보험 등 금융상품을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이 중개(비교·추천)할 수 있게 하고, 기존 금융사는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금융산업으로 들어오는 문턱과 금융이 플랫폼 산업으로 나가는 문턱을 각각 낮추는 셈이다. 관건은 기존 금융권이 우려하는 플랫폼 독점에 대한 견제 장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플랫폼이 초기에는 금리 등 상품 가격 인하 효과를 내겠지만, 지배력이 강해지면 독점 사업자로서 금융사와 소비자 양쪽에서 이윤을 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