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쿠폰 사용 두고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법원, 지난 6월 공정위 결정 등 반영해 ‘부당한 강요 행위’로 판단
지난 8월 12일 수원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bhc가 경기도 가맹점주 A 씨(가맹점사업자)와 B 씨(A 씨의 아버지, 가맹점 실질적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와 B 씨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bhc가 가맹점주들에게 약 434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9년 10월 bhc는 해당 가맹점에 가맹계약 갱신 해지 가능성을 통보했다. 가맹점이 e쿠폰 주문을 거절해 운영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e쿠폰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혹은 디지털 이미지로 전송되는 바코드 형태의 온라인 쿠폰을 말한다. 모바일쿠폰으로도 불리며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대표적이다.
bhc는 가맹계약에 따라 2개월 이내에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2회의 시정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bhc는 A 씨에 e쿠폰 취급 거절에 따라 보수교육을 받으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어 같은 해 11월 bhc는 해당 가맹점주가 e쿠폰 이용거부, 서비스 불친절 및 e쿠폰 이용거부 등에 따른 고객 클레임 과다 발생 등을 이유로 2020년 2월 만료하는 가맹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가맹점주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해 12월 B 씨는 가맹계약 갱신 거절이 확정되면 bhc 대표를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B 씨는 이어 bh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다섯 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B 씨는 한 게시글에서 ‘(본사의 성과는) 본사가 잘나서가 아니라 가맹점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e쿠폰 주문의 거절 사유가 인근지역이 아닌 곳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오류를 개선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면, (e쿠폰을) 사용 못하는 소비자들은 반발할 것이며 (bhc의) 갑질이 공론화될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e쿠폰 취급 강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언론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러자 bhc는 재산적 손해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침해 등 비재산적 손해를 입었다며 A 씨와 B 씨를 상대로 2020년 2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 작성 등 가맹점주의 불법행위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bh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에는 지난해 6월 나온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사업자와 충분한 협의 혹은 동의 없이 수수료 부담이 있는 e쿠폰 취급을 강제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bhc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bhc가 가맹계약서 등에 근거 없이 모든 가맹점이 e쿠폰을 취급하도록 강제하고 e쿠폰 대행사와 약정한 수수료를 가맹점에 전부 부담시킨 것을 가맹사업법에서 정한 ‘부당한 강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해당 의결을 토대로 이번 재판부는 B 씨가 게시한 글 중 ‘bhc가 e쿠폰으로 갑질한다’는 등의 내용이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bhc의 갱신거절 통보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하는지 여부도 이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다. 지난 2월 공정위는 이에 대해 결론을 냈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가맹계약 갱신거절은) 가맹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을 뿐더러, 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가맹사업법 규정에 따라 계약갱신을 요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피고(가맹점주 측)에게 거절 사유를 적어 서면으로 통지했어야 함에도 이를 통지한 사실이 없다”고 의결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부 역시 공정위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bhc 청구가 기각된 것은 업무방해 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고 계약갱신 사유 및 절차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재판부는 가맹점주 측이 건 3억 1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반소는 원고(가맹점주 측) 일부 승소 판결했다. A 씨와 B 씨는 가맹계약 갱신거절 및 해지 통보는 가맹사업법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해, bhc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난해 4월 맞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가맹점주가 가맹점 운영을 계속하지 못해 발생한 영업권 침해에 따른 재산상 손해인 4340만 원을 bhc가 B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가맹점의 연 영업이익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B 씨가 주장한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에 대해서는 입증이 부족해 기각했다. 일부 기각된 데 대해 A, B 씨는 8월 26일 항소했다.
이와 관련, bhc 관계자는 “당시 (해당 가맹점에서) e쿠폰 거절 등에 따라 소비자 불만이 많이 접수되면서 다툼에 이르게 됐다. 본사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였다. 판결이 나온 후 손해배상금을 바로 지급했지만, (반소에 대해) 가맹점주 측에서 항소했다면 우리도 항소할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에서 e쿠폰 관련 논란은 다시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e쿠폰 관련 공정위 의결 이후) 지금은 가맹점주와 계약할 때 e쿠폰을 취급한다는 내용을 작성한다. 2~3년 전부터 e쿠폰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그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없었다. 또 현재는 e쿠폰이 가맹점 매출과 직결돼 있어 점주들이 거절할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bhc는 또 다른 가맹점주를 상대로 벌인 가맹계약 무효확인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 소송은 2019년 bhc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함량이 타사 대비 낮다는 의혹을 제기한 울산의 한 가맹점주에게, bhc가 본사 신용을 하락시켰다는 이유로 가맹계약 즉시 해지를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가맹점주는 2019년 7월 계약해지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bhc)의 해지 통보는 어느 모로 보나 효력이 없다”며 원고(가맹점주) 승소 판결했다. 이에 bhc가 지난해 9월 항소했지만 지난 8월 19일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지난 8월 28일 bhc는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다른 회사보다 33~66% 비싸게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