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종전 준우승, 상금만 575만 달러 챙겨…한국인 골퍼들 시즌 3회 우승컵 들어올려
#우승 빼고 다 챙긴 임성재
임성재는 이번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우승자와 단 1타 차, 마지막 라운드 14번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가 아니었다면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다.
투어 챔피언십은 한 시즌간 성적을 토대로 상위 30명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대회다. '진짜'들만 나선 대회에서 임성재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통산 2회의 PGA 투어 대회 우승,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준우승(2020년)에 못지않은 결과다.
임성재는 '전설' 최경주의 기록을 넘어섰다. 최경주는 이 대회 3위에 올랐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임성재가 이번 준우승으로 최경주를 넘어섰다. 임성재는 대회를 치른 후 "5위만 해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막대한 상금도 챙겼다. 시즌 최종전, 상위권 선수들만 나서는 대회인 만큼 준우승 상금도 남다르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만 575만 달러(약 78억 원)를 챙겼다.
#꾸준함의 대명사
1998년생 만 24세의 임성재는 전성기에 돌입했다는 평이 따른다. 임성재는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이래 성장을 거듭해왔다.
임성재의 장점은 폭발력보다 꾸준함으로 꼽힌다. 데뷔 이래 상위권을 놓치지 않으며 투어 챔피언십에 연이어 참가해왔다. 이번 시즌까지 4회 연속 참가로 한국인 최다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최경주(2007, 2008, 2010, 2011)의 2회 연속이었다.
매 시즌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내왔다는 의미다. 데뷔 시즌 35개 대회에 나서 톱10 7회를 기록한 그는 2년차 7회, 3년차 5회, 4년차인 이번 시즌에는 9회를 기록했다(투어 전체 6위). 이에 더해 우승 1회, 준우승 3회를 기록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시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악재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다.
임성재는 이번 시즌 정규시즌에서 556만 7974달러를 벌어들였다. 투어 전체 14위 기록이다. 이에 더해 이번 투어 챔피언십 보너스 575만 달러를 더하면 금액은 배가 된다. 커리어 총상금은 1750만 1182달러를 기록 중이다. 역대 한국인 선수 중 최경주(3471만 4501달러)에 이어 2위다. 김시우, 강성훈, 위창수, 양용은 등 앞서 PGA 투어에서 활약한 선배들을 제쳤다.
#존재감 높이는 한국 남자골프
최근 PGA 투어 내 한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이 올라가고 있다. 이번 시즌 PGA 투어 대회 중 한국인 선수가 3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임성재, 이경훈, 김주형). 이경훈은 지난해에 이어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초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한국인 선수가 됐다.
이번 시즌 공식 상금순위 60위 내에 4명의 한국인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우승자 3명을 포함해 김시우까지 모두 2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이번 시즌에 벌어들였다.
우리나라는 이제 남자골프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죽을 사(死)'가 연상돼 4번 공을 쓰지 않는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스토리가 미국 현지에서도 소개될 정도다.
골프 종목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왔던 곳은 PGA 투어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였다. 박세리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성과를 낸 것과 달리 PGA 투어에선 장기간 최경주 홀로 활약해왔다. 2002~2008년 한국인의 PGA 투어 우승 기록은 최경주뿐이었다.
한 시즌에 한 명의 우승자도 배출하기 어려웠던 우리나라는 이번 시즌 3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세계랭킹도 꾸준히 상승해 임성재가 18위, 김주형이 21위, 이경훈이 41위, 김시우가 75위를 기록 중이다. 이들 모두 1990년대생으로 향후 활약도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PGA 투어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2부투어에서 김성현과 안병훈이 상금랭킹 25위 이내를 기록, 다음 시즌에는 1부투어에 가세한다. 2021-2022시즌을 휘몰아친 코리안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