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불응 땐 강제조사 없이 추석 전 기소 전망…민주당 “정치탄압” 반발, 당선무효 땐 당 파산 우려도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9월 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한 지 6일 만에 전격적인 소환조사를 알린 것이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불러 조사하려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때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4단계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 협박 때문이었다’는 표현을 쓰는 등 박근혜 정부의 강압적 요청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 주장과 달리 성남시가 용도 변경에 선을 긋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사실이 공문으로 확인됐다”며 이 대표를 고발했다. 경찰은 이 대표의 ‘협박’ 발언이 허위라고 판단,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한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후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발언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건 관할 지검이 나뉘어 있어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 수사팀을 모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번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측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남라인’으로 이 대표 최측근 그룹에 속하는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에게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9월 1일 국회 본회의 도중 이재명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김 보좌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대선후보이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 야당을 와해하려는 정치탄압에 대해 민주당은 물러설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정치보복에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검찰 수사에 정권 차원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대표는 2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야 한다”며 “먼지털이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것은 ‘범죄와의 전쟁’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의 숱한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대표로 만들었다”며 “당대표 자리를 범죄 의혹 방탄조끼로 사용했으니, 와해의 길을 택한 것은 민주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정치탄압’ 주장과 달리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대선 이전부터 제기됐던 내용”이라며 “국민이 갖고 있는 의혹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소환 통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대통령으로서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며 “형사사건에 대해선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를 통해 보는데 기사를 꼼꼼히 읽을 시간도 없다”고 밝혔다. 제1야당 대표를 검찰이 소환조사하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 또는 하명수사가 전혀 없었음을 강조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야당이 ‘정치탄압’을 외친 만큼 이 대표가 검찰에 6일 출석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속전속결로 출석 통보한 것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9월 9일까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이 대표가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의 강제조사 없이 추석연휴 시작 전 기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에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 조짐을 보인다. 특히 9월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검찰이 행동에 나서자 법안 및 예산안 처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정부여당과 검찰이 전면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에 대한 탄압이다. 상대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에서 민주당을 향해 사법의 칼날을 겨누고 들어오면, 민주당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으로 반격할 수밖에 없다. 그럼 정기국회는 파행되고 다시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과 법조계에선 이 대표를 향한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결과가 향후 민주당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당 역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한 법조인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낙선자가 당선무효에 준하는 형을 받으면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특히 대선의 경우 후보를 추천한 정당이 내놓도록 돼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금고형 이상 혹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민주당이 보전 받은 400억여 원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민주당이 파산에 가까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