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도 ‘친명계’ 다수 힘 실릴 전망…‘비명계’ 견제·사당화 논란·사법 리스크 등 극복해야
이재명 의원이 8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재명 대표 당선은 일찌감치 예상된 결과였다. 이재명 대표는 지역순회 경선 시작부터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크게 앞서 나갔다. 이 대표가 이번 전대에서 받은 득표율은 현재와 유사한 투표 방식에서 종전 최고 기록인 이낙연 전 대표의 60.7%(2020년 전당대회)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가에선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정치 행보, 차기 지도부 구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지도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에게 힘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와 함께 당선된 최고위원을 보면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명계(친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해있다.
민주당 당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인과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을 임명할 수 있다. 사무총장은 당 조직관리와 살림 등을 책임지는 핵심 보직이다. 전당대회 기간 때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한 의원이 사실상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이 대표는 당내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선 전만 하더라도 비주류, 원외로 꼽혔던 이 대표는 대선 경선 기간부터 급속히 세를 불렸다. 그리고 전당대회 내내 대세론을 유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이 대표는 거대 야당을 이끌며 그동안 주장해온 정치·사회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대선 출마 이전 정치권에 들어서면서부터 정치개혁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한 사회구조 사법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제1야당의 대표가 됐으니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 만에 여러 실정을 보이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위기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사정정국을 만들어 돌파하려는 듯하다. 이럴 때는 투쟁력 있는 정부에 맞서 싸울 강한 당대표가 필요하다. 당원과 국민들은 그 적임자가 이재명 대표라고 보고 표를 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때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지역 투표율은 30%대에 불과했다. 8월 21일 발표된 호남지역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35.49%에 그쳤다. 차후 ‘비명(비이재명계)’ 진영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정통성·정당성 문제가 거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낮은 투표율은 과한 해석이라는 반박도 있긴 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올해 대선과 지선, 큰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다. 이 과정에서 각 시도당과 후보들은 당원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보니 이름만 올리는 당원들이 많이 들어왔다. 허수가 많아 투표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호남이 이 대표를 인정하지 않아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이 대표의 호남 득표율을 보면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높다. 또한 투표율이 아닌 전체 득표수를 보면 이낙연 전 대표가 과거 경선 때보다 얻은 것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전당대회 때 이낙연 전 대표는 권리당원 20만 8375표를 받아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호남 경선까지 3주차 누계 권리당원 득표가 20만 4569표에 달했다. 경기·서울, 재외국민을 제외하고도 이낙연 전 대표 득표수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경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호남 경선에서 낮은 투표율은 민주당에 누적된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앞서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시장 선거 투표율이 37.66%로 역대 전국 단위 선거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과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민주당에 표를 주던 호남이 아니다. 호남 국민들이 민주당을 의미 있는 정당으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심판을 내린 것이다. 민주당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와 그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가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되면서 사당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신임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그동안 이재명 의원을 비판해왔던 ‘비명’ 그룹에 대한 ‘공천학살’이 자행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문재인 청와대에 몸담았던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문계가 이번 전대에서는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당의 모든 권력은 이 대표에 집중될 것”이라며 “당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견제가 필요하다.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부 투쟁, 경계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친문계가 이 대표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에 맞설 만한 대권주자급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이 대표가 공언한 대로 과거 시스템을 뒤엎는 정치개혁·공천개혁을 실시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을 갈아엎는 공천개혁을 하려면, 우선 자기 사람부터 날려야 명분이 산다. 그런데 현재 ‘이재명계’ 의원들은 상당수가 초·재선 의원들이다. 이들을 공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천하지 않으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대표도 그렇게 쉽게 공천개혁을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사당화 우려에 대해 8월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처럼 당이 분열되고 갈등을 겪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비전 아래 통합되고 국민 속에서 선택받을 수 있게 해 나갈 것”이라며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로 성장한 사람이 이 나라 국민 속에서 성과로 증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혐의로 지난 8월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검·경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성남 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등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이들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대표직에 오른 만큼 윤석열 정부의 사정의 칼날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사법 문제 등 역경을 이겨내면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대선주자를 거쳐 성장해왔다. 위기를 기회로 살려온 것”이라며 “당대표로서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개혁 과제를 달성해 리더십을 증명하면 차기 대선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