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옷과 참가비 약 3만 원으로 의류 순환 기여…지갑 상황 상관없이 순수하게 옷 고르는 재미도
도쿄 JR센다가야역 근처에 위치한 빌딩의 지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베이직한 것부터 컬러풀한 것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즐비하다. 하지만 어떤 옷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무슨 연유일까.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클로젯투클로젯(CLOSET to CLOSET)’은 의류 순환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팝업 스토어다. 우선 관람객들은 미리 사이트에서 참가 티켓(3000엔)을 구입한다. 그리고 입장 시 불필요해진 옷 3벌을 지참해 스토어 측에 전달하고, 대신 매장에 있는 옷 중에서 3벌을 골라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이른바 물물교환이지만, 경비로 3000엔을 받는다는 점이 기존에 없던 발상이다.
이러한 구조를 생각해낸 것이 미와 사유리 씨(25)다. Z세대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2019년 가을 창업을 했다. 점포를 따로 두지 않고 팝업 스토어로 특화해, 매월 첫째 주 스트리트패션 중심지를 돌며 개장한다.
1회 운영 기간은 보통 2~3일. “행사장 크기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평균 100장 정도의 티켓이 팔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30회 이상 팝업 스토어를 개최했으며, 약 1t(톤)의 의류를 순환시켰다. 고객층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또한 30~40%가 재방문자로 알려졌다.
의류 재활용이라고 하면, 흔히 바자회에 내놓거나 중고매매 사이트를 통해 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와 씨는 ‘파는 것’이 아니라 ‘교환하는 것’에 주목했다. 원래부터 옷을 좋아해 패션산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양의 의류가 폐기되고 있으며 지구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일본 가정에서 쓰레기로 배출되는 의류 총량은 50만 8000t이다. 그중 재자원화되는 비율은 고작 5%가량. 연간 48만t이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 처분된다. 하루로 환산할 경우 대형 트럭 130여 대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난 후 미와 씨는 의류 순환을 목표로 삼았다. 가령 클로젯투클로젯 매장에 10명의 손님이 들어오면 30벌의 라인업이 바뀐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진열되는 옷이 변하고, 방문한 손님이 건넨 옷은 다음 방문객의 손으로 흘러간다.
가격표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지갑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취향에 따라 옷 고르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 ‘모처럼이니까 다른 가게에는 없는 스타일을 선택하자’ ‘입어본 적이 없는 계열이지만 시험해보자’ 등 한층 패션을 즐기는 장이 되고 있다.
교환을 3벌로 지정한 까닭에 대해 미와 씨는 “1벌뿐이라면 아무래도 무난한 선택을 하기 쉽다”고 전했다. 반면 “3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의외의 스타일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입어보고 ‘이런 색도 어울리는 구나’하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옷을 내놓는다’ ‘얻는다’를 세트로 묶어 옷장 안을 순환시켜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