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강사 황현필 씨 “흑두루미·녹나무 잎도 일본 상징”…서울시 “그런 의도 아냐” 결국 철거
서울시는 8월 6일 세종문화회관 버스정류장에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 2009년, 2022년에 걸친 광화문 광장의 변천 과정을 그린 포스터를 걸었다. 이 중 일제 강점기를 그린 그림이 문제였다. 해당 그림에는 일제강점기 광화문 인근의 모습과 조선총독부, 두루미, 나뭇잎, 붉은 해가 그려져 있다.
그림을 본 다수의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어떻게 일장기와 조선총독부 그림을 설치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진애 전 의원도 “완전히 미친 짓. 어찌 저런 것도 솎아내지 못하는 서울시란 말입니까?”라며 “광화문 일대에 어떤 의도였던 간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가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놓은 건 명백히 잘못됐다”고 논평했다.
역사학자이자 유튜버인 황현필 씨는 8월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서울시와 신친일파의 숨은그림찾기’라는 제목으로 해당 그림에 대해 강의했다. 황 강사는 먼저 그림 뒤의 붉은 원이 “누가 뭐래도 일장기”라고 했다. 또 “원 주위의 빨간 막대기는 욱일기를 상징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라고 해석했다.
그는 “둘째로 인왕산이 조금 더 왼쪽에 있어야 하는데 이걸 잘라버렸다. 그리고 이게 인왕산인가. 일본의 후지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까”라고 되물으며 해당 그림과 같은 구도의 이미지를 가져와 비교했다.
황 강사는 새 그림을 가리키며 “우리도 학을 좋아하지만 이건 흑두루미”라고 했다. 또한 나뭇잎을 두고 “가고시마현의 상징 나무인 녹나무 잎”이라면서 일본 메이지유신을 이끌어온 조슈번(야마구치현), 사쓰마번(가고시마현) 출신인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 아베 신조, 사이고 다카모리, 도고 헤이하치로를 언급했다. 황현필 강사는 “이걸 그린 사람은 누구이며 이런 그림을 의뢰하고 광화문 이순신 장군 옆 버스정류장에 이 그림을 게재한 서울시 결재자는 누구인지, 책임은 어디까지 가야 되는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일장기와 전범기는 일부의 생각이며 그런 의도로 만든 게 아니고, 새는 희망, 빨간 원은 문을 형상화해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왔다는 표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8월 30일에는 “광화문광장 역사의 변천사를 보여주고자 4개 시기(조선시대, 일제강점기, 2009년, 2022년)의 광화문 전경을 기록한 작품을 청년 디자이너(아티스트 명:조정)와 협업해 콜라주 작업을 진행,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일제강점기 편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어 전시를 조기 종료할 예정”이라는 설명자료를 내고 그림을 철거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