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라 맘대로 휴무일 못 정해”…택배기사 “물량 나오는데 어떻게 배송 안 하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토부에서는 지난 8월 29일부터 오는 9월 24일까지 4주간 ‘택배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명절 성수기에 택배물량이 평소 대비 1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택배기사들의 과로 방지 조치 시행 등을 위해 2020년 추석부터 명절 택배 특별관리가간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기간에 시행될 주요 대책은 추가인력 투입, 택배기사 휴무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택배사업자가 추석 연휴 이틀 전부터 배송 물품의 집하를 제한해 대부분 택배기사는 9월 8~12일 휴무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사가 이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이 국토부가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명절 전후가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석 시기 과로사 위험을 줄이려면 휴무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매우 절실하다. 국토부 과로방지 대책에 맞게 택배 노동자 휴무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택배사는 과로방지 대책에 ‘대부분 택배기사는 추석연휴에 4~5일(9월 8~12일)의 연휴를 보장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4일 휴무를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추석 기간에 물량이 많이 쏟아지니 휴무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자는 취지로 국토부에서 대책을 마련한 건데 모든 사람이 쉬는 휴무일에 똑같이 쉬라는 게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며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국장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국토부 과로방지대책에 따른 5일 휴무를 보장해주지 않는 곳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우체국택배 등이다.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회사 맘대로 택배기사들의 휴무일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휴무를 우리가 주고 말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또 8일에 쉰다고 해서 배송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어서 모든 택배기사들이 8일에 다 쉬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택배사 관계자는 “국토부의 대책이 필수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택배기사들이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8일에 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 강요할 수 없다”고 전했다. 택배기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방우성 전국택배노동조합 롯데본부장은 “실질적으로 본사의 입장에 따라 휴무일이 결정된다”며 “물량은 계속 나오는데 그걸 배송하지 않으면 택배기사들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 휴무일을 스스로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휴무일 단축으로 혼란을 겪어야 하는 택배기사들도 있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로젠택배는 국토부에 연휴 전날 택배기사들을 쉬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는데 갑자기 택배기사들에게 정상근무하라며 지침을 바꿨다”며 “국토부에도 연락을 해서 연휴 전날 쉬지 않겠다고 다시 보고를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상열 전국택배노동조합 로젠택배 본부장은 “로젠택배는 휴무일에 대한 공문도 일찍 나와서 택배기사들이 고향에 가는 비행기표나 기차표 등을 미리 준비하고 명절 일정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다 무산됐다”며 “일방적으로 휴무일을 바꿔버려서 택배기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택배 관계자는 “CJ, 롯데, 한진 등 타사 모두 8일까지 근무하도록 하는 일정이 수립돼 있어 타사의 정책에 따라 부득이하게 근무일정을 변경하게 됐다”며 “당사 거래처들에서는 지속적으로 타사와 같은 8일까지 배송서비스를 요구해왔고, 경기침체에 따른 택배시장 위축으로 더욱 심해진 대형 택배사와 경쟁 속에서 타 택배사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당사의 거래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선 영업소 사업가님들의 수익 감소를 방어하고 침체된 택배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택배사의 과로방지대책 불이행을 점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토부는 “해당 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며 “휴무일 보장은 택배사의 경영 사정이나 현장 여건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사안이라 그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