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기사 고용 ‘고요한 택시’ 서비스 론칭…송민표 대표 “위험하다는 생각은 편견, 고객 이용만족도 90%”
#코액터스 탄생 배경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20대 중반에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청년 창업가다. 송 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건 동아리 활동 덕분이었다. 송 대표는 “군대 전역 후 기사를 보다가 우연히 인액터스라는 동아리에 대해 알게 됐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글로벌 연합 동아리였는데 대학생들이 그런 활동을 한다는 게 멋있어 보였다.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케이스 스터디 도중 해외의 우버나 그랩 등 라이드헤일링 업체들의 사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에서는 종이에 글로 써서 필담하는 방식으로 소통했지만 IT기술과 접목해 태블릿PC를 통한 ‘의사소통 솔루션’을 만들면 한국에서도 운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14개에 달하는 각종 공모전을 휩쓸면서 수중에 들어온 상금이 기초 모델 개발에 톡톡한 도움을 줬다. 송민표 대표는 “저희가 개발한 기술 자체가 대단한 하이테크는 아니었지만 이 기술로 지금껏 생각 못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덕분에 점수를 얻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사업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형태로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 주변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송민표 대표는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밀어붙였다. 학교 다니며 조교나 과외 알바 등을 통해 모은 자금을 쏟아 부어 2018년 코액터스를 설립했다.
문제는 수익모델이었다. ‘고요한 택시’ 서비스는 택시회사들이 코액터스에서 교육 받은 청각장애인 기사들을 고용하면 코액터스가 태블릿 PC 기반 의사소통 솔루션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굴러갔다. 송민표 대표는 “납품구조 상 장애인 택시기사가 몇만 명은 고용이 돼야 수익이 나는 모델이었다. 취업시장과 엮일 수밖에 없다보니 비즈니스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출 규모가 낮게 잡힐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위기였다.
#규제 샌드박스 통해 실마리 얻어
실마리를 찾은 것은 2020년도 초반에 열린 업계 간담회였다. 그 당시 법령이 변화하고 있었다. ‘타다금지법’이라 불렸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2020년 3월에 개정되면서 플랫폼 운송사업 분야가 신설된 것이다. 당시 간담회에서 국토교통부 측에서 먼저 법이 개정되니 참여를 원하는 스타트업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미리 규제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직영운송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절호의 기회였다. 송민표 대표는 “사업은 정말 타이밍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날 이후로 저희가 직접 차를 조달해서 기사분들을 고용하고 승객용 호출앱도 개발해서 운영하는 쪽으로 피벗(방향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고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2020년 4월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같은 해 8월에 정식 출시됐다.
때마침 자본금도 들어왔다. 전세계 혁신 스타트업을 뽑아서 1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억 2000만 원)를 지원해주는 ‘두바이 엑스포 2020’의 혁신 및 파트너십 프로그램 ‘엑스포 라이브’에 선정된 것. 처음에는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을 아예 못했다. 전세계 4500개 스타트업 중 50개 남짓 뽑는데 한국에서는 선정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액터스가 6차까지 뽑힌 상황에서 갑자기 두바이로 오라며 항공기 티켓이 날아왔다.
송민표 대표는 “두바이까지 가서 발표하고 오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최종 선정이 됐다. 너무 궁금해서 주최 측에 물어봤더니 자기들은 이게 ‘불가능’이 ‘가능’이 되도록 징검다리를 놔준 진짜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의 모빌리티 분야 규제가 상당한데도 하나하나 뚫고 실행 단계까지 나아간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70%를 넘어 100%로
코액터스는 2021년 12월 말 국토교통부 산하 플랫폼운송사업 심의위원회의 심의 끝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았다. 현재 고요한 택시는 서울, 경기도, 대전 지역에서 고요한 M은 서울 전 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다.
송민표 대표는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생각들을 하시지만 타보시면 정말 편견일 뿐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되신다. 운전이라는 건 개개인의 차이지, 장애가 운전실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객의 이용만족도는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SUV 등 덩치가 큰 차량들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아차나 휠체어 등 보조기기가 필요한 교통약자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 최근에는 영국의 ‘블랙캡’(LEVC TX5) 2대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 업체들과 협력해 ADA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충돌위험 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치들을 부착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승객 안전을 도모하는 점도 코액터스의 자랑이다.
송민표 대표는 “국토부 통계를 보면 전국민의 30%가 교통약자다. 70%만을 위한 서비스를 할 것인지, 나머지 30%도 포함해 더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것인지는 사회적 가치의 문제를 넘어서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봐도 자명하다.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때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기가 쉽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비즈니스들이 오래 지속 가능하려면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을 서로 연결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업은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송 대표는 “요새는 지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현재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데 한 달에 20%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심 보이는 투자자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