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간판들 SBS 품으로 쏘옥?
▲ 인기 예능 ‘1박2일’이 2월 말로 종영된다. 사진제공=KBS |
아직까지 KBS는 묵묵부답이다. 아니 ‘1박2일’ 후속 프로그램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최근 나영석 PD와 멤버 김종민 등이 언론과의 접촉에서 “마지막 촬영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말만 남겼을 뿐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한 KBS 예능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1박2일’ 시즌2가 가장 유력하다”면서 “시즌1과의 차별화를 위해 코너 제목 자체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이름이 바뀐다 해도 실질적으론 ‘1박2일’의 시즌2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사는 멤버 구성에 있다. 3월 초부터 시작되는 후속 프로그램은 최재형 PD와 최재영 작가 등이 제작진으로 꾸려졌다. 최 PD가 <천하무적 야구단>을 연출했던 까닭에 김창렬과 오지호가 후속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당사자들이 모두 전면 부인했다.
새로운 멤버 구성에 대해 KBS 예능국 관계자는 “‘1박2일’ 시즌2로 가기 위해선 기존 멤버의 일부는 계속 끌고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이수근 김종민 등이 잔류 멤버로 거론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1박2일’의 2월 종영이 결정된 결정적 원인은 지난해 8월 강호동이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강호동 설득 작업에 들어간 KBS는 2012년 2월에 ‘1박2일’을 종영하는 대신 그때까지는 강호동이 자진 하차하지 않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 그렇지만 탈세 논란으로 강호동은 결국 ‘1박2일’을 하차하게 된다. 어차피 강호동의 자진 하차를 막기 위해 결정한 2월 종영인 만큼 이미 하차한 강호동을 배제하고 지금처럼 ‘1박2일’을 이어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우선 이승기의 경우 일본 진출 등의 이유로 강호동보다 먼저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다가 그 뜻을 접은 바 있다. 나 PD 역시 종편행 소문이 강하게 나돌고 있었다. 강호동이 빠진 상황에서 이승기나 나 PD까지 빠진다면 지금 형태의 ‘1박2일’은 존속이 불가능해진다.
이승기는 ‘1박2일’ 종영 이후 SBS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7월 KBS에서 SBS로 이적한 신효정 PD가 연출을 맡게 된 신생 프로그램에 이승기가 출연한다고 알려진 것. 이승기와 신 PD가 호흡을 맞추는 신생 예능 프로그램은 야외 버라이어티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차승원 등이 공동 MC로 거론되고 있다.
나 PD의 경우 종편행 소문이 파다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방송가에선 종편이 아닌 SBS로 이적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나 PD는 2직급 차장으로 승진했다. 다른 직원들에 비해 3~4년 빠른 파격 승진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사안은 이번 승진이 매년 4월과 7월에 있는 정기 인사가 아닌 부정기 인사라는 점. KBS 홍보팀 배재성 실장은 “내년 정기 인사에서 승진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 기여도가 높아 특별승진의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선 KBS가 나 PD를 붙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승기와 마찬가지로 나 PD 역시 ‘1박2일’ 종영 직후인 3월쯤 사표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4월 정기인사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는 것. 게다가 종편행보다는 현실적이고 안정감 있는 SBS행이 유력하다고 알려지면서 나 PD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호동 역시 SBS를 통해 컴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BS 고위 관계자는 “강호동 측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다만 “우리뿐이겠나? 아마 다른 방송사들도 다 접촉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계를 분명히 하기는 했다. 물론 강호동이 컴백한다면 과거처럼 요일별로 공중파 3사에 모두 출연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어느 방송사를 통해 컴백할 것인가와 어느 방송사 일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다.
이승기와 나 PD, 여기에 강호동까지 가세해 SBS에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경우 사실상 ‘1박2일’의 근간이 KBS에서 SBS로 옮겨가는 모양세가 된다.
지난해 인기 연예인과 스타 PD의 종편행이 화두였다면 올해는 SBS행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밤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미디어렙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됐다. 이에 따라 SBS와 종편 4사가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KBS와 MBC가 공영 렙으로 묶여 있는 데 반해 SBS는 종편 채널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민영 렙을 통해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다. 종편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혜자는 이미 시청률 경쟁력을 갖춘 SBS가 될 가능성이 크다.
SBS 입장에선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일수록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됨에 따라 시청률 보증수표로 분류되는 스타급 연예인과 PD등의 영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부동의 일요 예능 1위였던 ‘1박2일’이 종영되는 2월 말 이후 새로운 일요 예능 정복자는 과연 어느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이 될까. 이는 곧 미디어렙법 시행으로 인한 SBS의 물량공세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