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발언 불기소했지만…대장동서 위례로 전선 확대하고 쌍방울 자금 흐름 확인중
정작 검찰 안팎에서는 ‘본류’에 가까운 수사는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공소시효를 앞두고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위례 등 다른 지역까지 수사 범위가 넓어졌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과의 관계 역시 대북단체 후원까지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벼운 사안들 먼저 처리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6개월. 9월 9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은 각종 고발 사건들에 대한 기소 및 불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중 ‘초과이익 환수조항’ 관련 “보고받은 바 없다”고 주장한 이재명 대표 발언을,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한 이 대표 발언을 각각 불기소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계를 부인한 부분만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재명 대표와 김문기 전 처장이 오랜 기간 사적 교류를 한 사실은 입증할 수 있지만, 이미 김 전 처장이 고인이 돼 이 대표의 “보고받은 바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입증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입증 가능했던 지점’만 찾아 기소한 것이다.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발언 역시 검찰은 ‘의심은 가지만 공소시효 내 진실을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불기소 결정서에 적시했다. 여기서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고, 당시 경기도청 자문계약 등에 관여한 비서실 직원들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보다는 공소시효 전 입증이 불가했음을 명시한 것이다.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야당 당 대표를 기소했다가 무죄가 났을 경우 예상되는 파장까지 고려해,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야당 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기소는 검찰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확실하게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지점만 추려내 기소하는 보수적인 결정을 한 것이고, 이는 향후 이뤄질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서도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의 보수적인 판단은 여론전에서 밀리지는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거의 매일 검찰의 수사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조사는 ‘수사 필요성’에 조금 더 기운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9월 8일과 9일,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 및 기소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50.3%를 차지했다. “야당 탄압을 위한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의견은 42.1%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위례신도시와 이화영 의혹
공소시효 때문에 선거법 위반 사건들만 일단락한 검찰 앞에는 이제 본류 수사가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선거사건 전담부서(공공수사부)가 아닌, 인지사건 전담부서(반부패부)들이 달라붙은 사건들의 경우 사건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기소 범위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과의 수상한 자금 거래 의혹을 확인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6월말 인사 때 반부패 1·2·3부장을 모두 친윤석열 성향의 검사들로 채운 가운데,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는데 대장동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까지, 2달여 만에 수사 전선을 확대하며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했던 결정들을 파헤치고 있다. 김만배·남욱·유동규가 위례 개발사업에도 관여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법원 역시 구속된 이들 3인방의 구치소 수용거실과 호반건설과 시행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주며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인정해줬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소재 6만 4713㎡에 1137세대를 건설·분양한 사업인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3년 민관합동으로 추진했다. 같은 해 11월 성남도개공이 주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시행했다. 성남도개공 주도의 민관합동 개발사업인데, 대장동 개발사업 때 ‘성남의뜰’과 유사하게 SPC를 설립해 이뤄진 사업이란 점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쌍방울그룹의 자금 흐름에서 비롯된 사건은 수원지검이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은 형사6부와 공공수사부를 하나의 수사팀으로 합친 뒤, 쌍방울그룹 자금 흐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민주당과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수원지검은 최근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재직 시절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물론 두 수사 모두 이재명 대표의 범죄 개입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의혹 사건의 경우, 성남시장 시절 당시 직원들로부터 스모킹건(범죄 혐의 입증에 핵심적인 증거)이 될 만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쌍방울그룹 사건의 경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불기소하면서 결정문에 “(변호사비 대납을) 의심하게 하는 여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안 발의도 변수다. 여당이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지만, 윤석열 정부를 향한 여론이 악화된다면 김건희 여사를 잇달아 불송치하고 있는 경찰 등 수사기관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내 1심을, 2심과 3심 역시 원심 판결 후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강제성은 없지만 이재명 대표 사건의 경우 사안 자체는 복잡하지 않아 빠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검찰이 받아들여야 할 역풍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치사건의 경우 무죄를 받을 경우 검찰에게 비난의 화살이, 유죄를 받을 경우 피고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게 된다”며 “수사 주체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또 이를 지휘하는 대검찰청이 여러 사건의 경중과 전망을 가늠했기에 보수적인 판단으로 기소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