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매우 위험하고 병적 상태, 구속해야”
이수정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 아무개 씨가 피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분석했다.
그는 “(가해자는) 자기 생각에 갇히는 것이다. 결국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되면 피해자에 대한 협박 문자나 미행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라며 “(스토킹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들이 꽤 많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스토커는 매우 위험하고 병적 상태에 있으니 분리가, 틀림없이 구속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는 전 씨가 낮에 반성문을 내고 밤에 살해를 저지른 심리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고, 아마도 인지적인 여러 가지 왜곡부터 시작해서 거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 같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가, 재판의 절차가 피고인에게 얼마나 인권 보호적인지를 시사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을 다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최대한 배려했구나. 경찰도 법원도 불구속 상태에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반성문까지 마지막까지 받아주면서 (말이다)”며 “그러면 피해자는 어떻게 하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교수는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피해자 중심의 사법제도는 전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스토킹 범죄는 생명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범죄다. 친고죄를 폐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4일 밤 9시쯤 전 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 A 씨를 흉기로 찔러 현장에서 체포됐다.
전 씨는 범행 당시 집에서 쓰던 흉기와 샤워캡을 준비해 A 씨가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시간 10여분 동안 신당역 화장실 앞에서 A 씨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화장실에 있던 시민이 A 씨의 비명을 듣고 비상벨을 눌렀고 시민 1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역사 직원 2명이 전 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A 씨는 숨졌다.
전 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A 씨를 신입사원 교육에서 만나 친분을 쌓다 만남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전 씨에게 불법 촬영물 등으로 협박 받고 스토킹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 씨는 지난해 10월 7일 전 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지난해 10월 13일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개시를 통보한 뒤 전 씨는 직위해제됐다. 이후 전 씨는 A 씨를 또 스토킹했다. A 씨는 지난 1월 27일 전 씨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다시 한 번 고소했다.
전 씨는 올해 2월과 6월 각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와 스토킹 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은 병합됐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지난 15일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전 씨의 범행으로 오는 29일로 연기됐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