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가수와 배고픈 동료 ‘불협화음’
▲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한 장면. |
▲ 이동기 |
“2005년 7월 한예조가 설립된 뒤 가수지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이 노래방 반주기기 업체인 금영과의 초상권 협상이다. 노조 회원 가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위임장을 받았는데 모두 51명의 가수가 초상권 협상에 동참했다. 협상을 통해 금영으로부터 5년 동안의 초상권 사용료로 가수 한 명당 150만 원씩 받기로 했다. 그러나 두 가수가 위임을 철회해 결국 49명의 가수에 대해 7350만 원을 금영 측으로부터 받아 모두 분배했다.”
서울광역수사대가 처음 제보받은 사안은 이동기가 위임장을 낸 49명의 가수 가운데 일부에겐 초상권 사용료를 분배하지 않고 횡령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49명의 가수들에게 일일이 조사한 결과 19명이 초상권 사용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는데 기억을 못하거나 소속사에서 대신 수령한 것을 착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당시 49명의 가수에게 돈을 지급한 증거로 계좌이체 기록과 영수증 등을 제시해 의혹을 모두 풀었다.”
문제는 금영 측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이다. 초상권 협약을 마친 뒤 금영과 한예조 가수지부는 4년 동안 1억 2000만 원의 후원을 받는 협약을 맺었고 2009년에 다시 3년 동안 6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는 협약을 맺는다. 문제는 이 돈의 성격과 용도다.
“경찰에선 금영이 1억 8000만 원이 후원금이 아닌 초상권 사용료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가수들의 초상권 사용료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돈을 횡령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분명 후원금이었다.”
이동기는 그 증거로 당시 한예조 가수지부와 금영이 맺은 ‘후원금약정서’ 두 부를 제시했다. 2005년과 2009년에 작성된 두 건의 ‘후원금약정서’에는 해당 후원금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가수들의 초상권 사용료라는 언급은 없다.
“설립 초기의 한예조 가수지부는 금영을 비롯해 음원유통 관련 회사 등에서 후원금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10년 이상 동결돼 있던 가수들의 출연료를 20% 인상시키는 등 가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당시 후원에 대해선 금영 측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후원금 역시 내 개인 계좌가 아닌 한예조 가수지부 계좌로 입금 받았고 지출 내역도 모두 갖고 있다. 관련 자료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경찰 수사가 끝나고 해당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아직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짓지 않고 있다. 이동기는 이대로 마무리되면 가장 좋겠지만 행여 검찰에 기소될지라도 법정에서 충분히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제보를 누가, 왜 했느냐가 핵심이다. 우리 쪽에선 제보자를 어느 정도 확인을 했지만 아직은 밝힐 단계는 아니다. 다만 가수들의 노조 활동에 반대하며 방송국 편에 서 있는 일부 가수들이 문제다.”
이동기는 가수들의 노조 활동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으며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경찰에 제보를 해서 이번 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동기 측은 인기 가수 A가 그 중심이라고 지목했다. 이동기라는 개인을 흔들어 과거 한예조 가수지부와 현 한가조의 활동을 근간부터 흔들려 하고 있다는 것.
사실 연예인의 노조 활동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연예인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부분이 그 주된 논리다. 반면 기존 한예조 등 연예인 노조 단체들은 4대 보험도 안 되며 연수입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대다수의 비인기 연예인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스타급 연예인과 달리 대다수의 비인기 연예인에겐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라도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기 가수들 가운데 일부는 방송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넘게 동결돼 있던 가수 출연료를 높이는 데 성공하고 이후 방송국과 지방 출연료 인상 협상도 논의했지만 일부 가수들의 반대로 유보돼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연료 인상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출연료 인상으로 출연 가수의 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방송국의 출연료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가수들 출연료가 올라가면 방송국이 출연 가수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주장에 대해 이동기는 숨겨진 속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방송국이 가수들의 출연료를 인상해주고 그만큼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수 A 역시 그런 논리를 내세우지만 속으론 방송국과의 친분 강화로 자신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싶다.”
이제 이동기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그리고 기소될 경우 재판 결과에 가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안이 비록 이동기 개인의 일이지만 그 여파는 가수들의 노조 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박영준 인턴기자 pyj8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