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액션 균형 맞추기 위해 날렵함 선택…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 목표 향해 지금도 뚜벅뚜벅”
배우 진선규(45)가 악역으로 나오는 작품에 함께한 이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조선족 조직의 2인자 위성락 역할로 장첸 역의 윤계상, 마석도 역의 마동석 이상의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진선규. 그가 그해 청룡영화상에 순박하고 소박한 평소 모습 그대로 등장했을 때 대중 역시 그의 동료배우들과 같은 생각을 했을 터다. 저 사람의 마음 어느 구석에 그렇게 두렵고 잔인한 캐릭터가 숨어 있을까. 스크린으로는 3년 만의 복귀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도 다시 악역을 맡은 진선규를 만나 그만의 '빌런 연기법'을 들어봤다.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적수 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진선규는 북한에서 탈출한 글로벌 범죄 조직의 두목 장명준 역을 맡았다. 눈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것 같은 긴 앞머리와 듬성듬성 난 콧수염, 검은색 일색의 착장이 외모에서부터 '빌런'의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캐릭터다. 자칫 코믹하고 가벼운 이야기로만 나아가기 쉬운 이 작품에서 가장 무겁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 인물에겐 진선규의 연구와 노력이 특히 많이 담겼다고 했다.
“장명준은 '공조1'에서 고 김주혁 선배님이 하셨던 캐릭터보다 서사적 갈등 구조는 덜하기 때문에 더욱 외향적이고 이미지적으로 각인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강렬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세수할 때 거울 보면서 머리를 이렇게 앞으로 쏠리게 매만져 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고요(웃음). 가족에 대한 복수만으로 세상을 살아온 캐릭터니까 남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그렇게 가려져서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 본 헤어스타일이에요. 악한 사람의 느낌보단 그 안에 슬픔이 있다는 걸 봐주시길 바랐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피지컬적으로 (현)빈이에게 밀리는 편이잖아요(웃음). 그러다 보니 액션에서 비등비등하게 이기는 느낌이 나려면 제가 날렵해야겠더라고요. 주먹을 쓰는 사람보단 늘 칼을 꽂고 있는 사람처럼 움직임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빈이와 힘의 균형을 잘 맞춰갔던 것 같아요. 액션 신 중에선 열흘 정도 찍은 곤돌라 액션과 옥상 위에서의 액션이 특히 위험했죠(웃음). 다행인 건 호텔 옥상 제일 높은 데서 찍었는데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찍었다는 거예요.”
코믹과 액션, 로맨스가 잘 버무려진 작품 안에서 가장 무겁고, 진지하며, 눈물 나는 캐릭터를 맡고 있는 진선규지만 그의 가족들은 제법 즐겁게 이 영화를 봤다고 했다. 특히 2편에서 새롭게 삼각관계를 형성한 진태(유해진 분)의 처제인 민영(임윤아 분)과 철령, 잭 이 세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는 관객석에서 진선규의 가족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고. 그의 처제들은 철령과 잭 중에서 고르자면 "그래도 철령"이라고 말했다는데, 진선규의 선택은 어땠을까.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줄 것을 묻자 그는 “저라면, 제 와이프를 선택할래요”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선규의 아내는 tvN '작은 아씨들'에서 고수임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박보경이다.

2017년 청룡영화상에서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진선규의 눈물범벅 수상 소감은 큰 이슈가 됐었다.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말처럼 수상 이후에도 진선규는 뚜벅뚜벅 그의 앞에 놓인 투박한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2019년 '극한직업'으로 첫 스크린 주연작이자 첫 천만 돌파 영화라는 겹경사를 이뤘고, 올해 상반기에는 SBS 금토드라마의 명성을 이었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첫 드라마 주연작까지 성공해내며 '우주'와의 거리를 더욱 좁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저는 제가 꿈꾸던 연기자에 부합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배우라는 건 자신의 길을 차곡차곡 잘 가고 있는 사람이고, 관객들이 그렇게 봐주시고 느껴주신다면 그게 좋은 배우가 가는 길이라고 믿거든요. 제가 무대에서 조금씩 자리잡았던 힘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 괜찮다, 믿고 볼 수 있겠다' 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서 저 역시 그 길에 잘 서 있구나 생각해요. 청룡영화상에서 상을 받았던 때와 지금 마음을 비교했을 때 그때의 인터뷰 내용들이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은 채로, 저는 그냥 똑같은 생각으로 그대로 배역을 맡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