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예고된 상황서 최저가 수준 인수…연간 2000억 이자 깎아줘도 공적자금 회수 감감
#실적개선 코앞인데…하필 최저가에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인기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9척인 인도량이 내년에는 39척으로 늘어난다. 2024년에도 29척이 예정돼 있다. 신조선가로 따지면 올해 23억 3600만 달러에서 내년 49억 6000만 달러, 내후년 25억 9200만 달러, 2025년 46억 9900만 달러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실적 예상치는 매출 5조 9133억 원, 영업적자 5640억 원이다. 내년에는 매출이 7조 8875억 원으로 불어나고 영업손익도 2000억 원 이상의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것이 증권사 공통적인 전망이다. 2024년에는 매출과 영업흑자가 각각 9조 1144억 원, 39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면서 2019년 초 주가가 4만 원을 넘기도 했다. 흑자를 기록한 2021년에도 상반기까지 주가는 3만 원 이상이었다. 최근 주가 2만 원은 최저점에 가깝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의 취득가액(2021년말 기준)은 2조 2447억 원이다. 1주당 3만 7575원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신주를 1주당 1만 9150원씩에 사들여 지분 49.3%를 갖게 된다. 산은 지분율은 28.2%로 쪼그라든다. 한화는 4개사가 2조 원을 나눠 출자한다. 이들의 재무구조는 자기자본 6조 3643억 원, 부채 7조 6000억 원으로 비교적 건실하다. 2조 원 정도는 거뜬히 조달할 만하다.
#혈세 지원 모양새에 공적자금 회수 논란도
상반기 말 대우조선해양 재무현황을 보면 자기자본은 1조 5484억 원에 불과한 데다가 부채는 10조 원이 넘는다. 한화가 자본을 2조 원 보태도 자기자본은 3조 5484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300%에 육박하게 된다. 그나마 현재 자본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은이 인수해준 2조 3328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덕분에 잠식을 면하고 있다. 이 전환사채 이자율은 올해까지는 1%지만 내년부터는 10% 이상으로 뛰게 돼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당분간 1%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깎아주는 셈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싸게 넘기면서 국책은행인 수은이 혈세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투입한 자금은 7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산은 보유지분이 취득가를 넘어서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올라야 한다. 수은이 전환사채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면 상당기간 흑자를 유지해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부진으로 판매관리비 감당도 안되지만 금융비용도 엄청나다. 올 상반기만 916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423억 원)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새 대주주의 유상증자 규모가 클수록 금융비용 절감액도 커져 실적 개선과 주가상승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번 증자 규모로는 의미 있는 재무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화에게 유독 달콤한 'M&A의 맛'
한화로서는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에 이어 또 다시 인수합병(M&A)으로 대박을 노릴 기회를 잡게 됐다. 당시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의 시설투자를 모두 마쳐 이익이 급증하기 직전 한화로 매각됐다. 2014년 매출액 8조 8000억 원에 순이익 970억 원이던 한화토탈은 2015년 순이익이 5157억 원으로 늘어나고, 2016년에는 1조 원도 넘어선다. 현재 사명은 한화토탈에너지스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의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사실상 지배하면서 후계구도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9 자주포 등 방산 수출이 급증하면서 한화그룹내 시가총액 2위 회사가 됐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화생명이라는 성공사례도 있다. 2002년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3조 5500억 원이 투입된 대한생명 지분 51%를 한화그룹에 8236억 원에 넘겼다. 예보는 지분을 남기면서 향후 주가가 오르면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지분가치는 2000억 원이 채 안된다.
'현대중공업과 성사됐더라면…' 아쉬움 삼키는 산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2019년 이동걸 당시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에 경영권을 넘기려 짰던 구조와 비교해도 매수자인 한화 측에 현저히 유리하다. 대우조선해양에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물론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 규모와 방식도 지금보다 훨씬 많고 안정적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산은이 보유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당시 가치 2조 862억 원)을 현물 출자 받고, 대신 전환상환우선주 1조 2500억 원을 발행해 산은에 넘기기로 했다. 현물 출자의 나머지 차액은 보통주를 발행해 치르기로 했다. 우선주 상환 청구는 5년 후에, 주식 전환은 50%까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은 산은이 보유한 보통주에 대해서는 우선매수권을 갖기로 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1조 5000억 원(추가 1조 원 가능)을 투입하고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일단 현대중공업이 투입하기로 한 현금도 최대 2조 5000억 원으로 이번보다 많다. 우선주는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전량 상환요구를 할 수 있으니 이자를 포함하면 1조 2500억 원의 가치다. 산은이 받은 현대중공업 보통주(8000억 원)는 주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대중공업 측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우선매수권을 갖기로 하면서 시장에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을 낮췄다. 대신 산은은 비교적 쉽게 주식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종합하면 당시 현대중공업은 최대 4조 5000억 원 이상을 각오했던 셈이다.
2018년말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계는 3조 8402억 원, 부채는 8조 783억 원으로 지금과 비교해 재무구조가 양호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1조 5000억 원만 투입됐다면 부채비율은 20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동걸 식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세계 1위와 3위 조선업체 합병이 유럽연합(EU) 등 해외 반독점 당국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 약점 때문에 거래는 무산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