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타이이스타젯 자금 흐름 및 서 씨 채용 의혹 조준…태국 현지 소문 무성했던 의문의 남성 ‘키맨’ 부상
사건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을 뇌물죄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던 이 전 의원이 그 대가로 같은 해 8월 문 전 대통령 사위 서 아무개 씨를 특혜 채용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씨가 취업한 곳은 태국에서 2017년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이다. 이상직 전 의원이 설립한 이스타항공의 태국 자회사일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 측은 줄곧 “이스타항공과 별개의 회사”라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정권의 눈치를 본 부실수사라고 비판했다.
정권이 교체된 후 검찰 수사는 재개됐다. 태국 현지 수사 당국의 협조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검찰은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근무하게 된 배경을 비롯해 타이이스타젯 실체에 대한 부분을 정조준하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을 둘러싼 자금 흐름이 석연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로 들어갔다가 나온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이를 규명하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을 댔을 것으로 본다. 타이이스타젯 최대 주주는 이스타항공 태국 티켓 총판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다. 이스타항공은 2017년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한 71억 원가량의 외상 채권을 ‘회수 불능’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설립된 타이이스타젯 자본금이 71억 원가량이었다. 이스타항공에서 흘러들어간 돈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를 거쳐,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보된 자료에 따르면 타이이스타젯은 정상적인 회사로 보긴 어렵다.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우선 이상직 전 의원과 타이이스타젯 간 관계를 파헤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서 씨가 어떻게 취업을 했고, 또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흥미로운 것은 2018년 7월경 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항공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서 씨가 태국 현지에서조차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신생 항공사에 취업을 했다. 타이이스타젯은 따로 채용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서 씨가 어떻게 알고 취업을 했을까”라면서 “태국으로 가기 전 이미 채용을 확정지었을 것으로 본다. 온 가족이 낯선 태국으로 떠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특혜 취업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사정당국 주변에선 서 씨 과거 경력에 관심을 두는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서 씨는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기 전인 2016년부터 2년간 게임업체에서 근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서 씨가 근무했던 게임업체와 같은 주소지에 있었던 자산운용사를 놓고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서 씨와 자산운용사가 특수 관계에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서 씨도 게임업체 이전에 금융권에 몸담았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이 타이이스타젯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에서 서 씨 ‘역할’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태국 현지로부터 서 씨 가족과 관련된 여러 제보들을 입수했다. 그중 하나는 서 씨와 함께 여러 차례 목격됐던 한 남성이 미스터리를 풀 ‘키맨’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한인사회에서 ‘유 사장’ ‘유 전무’ 등으로 불리긴 했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가려 있는 인물이었다.
이 남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서 씨가 태국에 올 무렵부터 현지에 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타이이스타젯 설립, 서 씨 취업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 한인사회 한 관계자는 “사업가로 본인을 소개하긴 했지만, 한국 정보기관 직원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남성이 서 씨와 어울렸다는 것”이라면서 “서 씨가 대통령 사위라는 걸 우리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 씨 가족들의 뒤를 봐주는 인물일 것으로 추측했다”고 전했다.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이상직 전 의원은 물론, 서 씨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선 ‘피고발인’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핵심부 내에선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전반적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대규모 수사진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