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사업자 선정 늦어지면서 착공도 못해…윤석열 정부 정책 방향도 변수로 꼽혀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계획은 총 3단계로 구성된다. 이 중 수상 태양광 사업은 총 2.1기가와트(GW) 규모로 1단계 사업에서 1.2GW, 2단계에서 0.9GW 규모의 발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1단계 수상 태양광 시설 1.2GW 중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이 500MW,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400MW,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300MW를 각각 담당한다.
새만금개발청은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수상 태양광 사업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가 새만금에 투자를 하면 그 대가로 수상 태양광 사업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2020년 9월 수상 태양광 200MW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SK E&S를 선정했다. SK E&S는 SK브로드밴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약 2조 원을 투자해 창업클러스터 및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E&S와 새만금개발청은 2021년 4월 ‘재생에너지 및 새만금 투자유치를 위한 사업협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했다. SK E&S는 당시 “수상 태양광 사업은 2022년 3월 착공 예정”이라며 “수상 태양광을 포함한 새만금 프로젝트가 SK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세 곳의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해 각각 100MW의 사업권을 넘겨줄 예정이다.
하지만 SK E&S의 계획과 달리 10월 현재까지도 수상 태양광 사업은 착공을 못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의 수상 태양광 사업자 추가 선정이 늦어지면서 송·변전설비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변전설비는 수상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올해 6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단지 1단계 조성사업 송·변전설비 공사 사업자로 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해당 송·변전설비는 다른 수상 태양광 사업자도 사용할 예정이므로 지자체와 SK E&S 등도 송·변전설비 관련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현재 새만금개발청의 수상 태양광 사업자가 아직까지 선정되지 않아 비용 분담을 논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송·변전설비 공사 사업자로 낙찰됐지만 비용 분담 협약을 완료해야 최종적인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며 “새만금개발청이 아직 사업자 선정을 하지 않아 비용 분담 협약을 맺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SK E&S는 내년 중 새만금 부지에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는 새만금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면 SK E&S의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SK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새만금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0년 11월 SK E&S가 새만금개발청과 투자협약을 체결할 당시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8개 사가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신청했다”며 “새만금의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건립될 데이터센터가 SK그룹 RE100 실현의 선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장남 최인근 씨는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재계 일각에서는 최 씨가 장기적으로 SK그룹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이끌 것으로 내다본다. 최 씨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재학 당시에도 탄소중립과 수소 등 미래 에너지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씨가 새만금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입사한 후 첫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재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의 사업자 선정 지연 이유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국토교통부 소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전북기자협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새만금의 개발 방향을 현행 신재생에너지 분야 특화에서 금융, 관광, IT 등과 같은 고부가서비스 지구로 다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12개 발전 공기업들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6년 재정건전화계획’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대한석탄공사를 제외한 9개 회사가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축소·철회·매각을 통해 최소 2조 6000억 원을 감축하려는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최근에는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권 일부를 확보한 법인이 중국계 자본에 해당 사업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당 측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나아가 정부가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중국계 기업으로 판매가 완료된다면 연간 최소 500억 원가량의 전기요금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미래 지구 환경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하지만 권력에 의한 이권 카르텔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박일준 산업부 차관은 지난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원전을 제외하면 발전 사업에 외국인 투자 제한이 없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수상 태양광 사업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고, 공식적으로 협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만금 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새만금개발청이 사업자들의 제안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새만금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새만금 수상 태양광 시설 착공 시점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 E&S는 수상 태양광 사업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SK E&S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