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상 활동’ 미달 BTS 예외적으로 화관문화훈장 받아…‘사실상 BTS만을 위한 방식’ 여론 향방 주목
최근 정치권에서 새로운 대안이 하나 거론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은 대중문화예술인에게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방식인데 대상을 최소화해 여론 반대를 줄이면서도 BTS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이미 2020년에 이뤄진 대중문화예술인의 입대를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도 같은 기준이다.
그동안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향은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특례 제도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클래식, 국악, 무용 등 순수예술 분야는 보충역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특례가 가능한데 대중문화예술은 제외돼 있는 만큼, 이제라도 포함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병무청과 국방부 등 정부 주무부처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이기식 병무청장은 “병역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충역 제도의 축소 및 폐지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를 감안해 기존 병역특례 대상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향성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그만큼 병역자원 감소는 엄중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병역법 시행령 개정을 결정할 수 있지만 여기서부터 더 복잡해진다. 바로 기준을 다루는 디테일의 문제다. 스포츠 선수의 경우 올림픽 금메달,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상 등 비교적 기준이 명확하고, 순수예술인 역시 일정 기준 이상의 콩쿠르 입상 등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다.
반면 대중문화예술인은 가수와 배우, 방송인 등 영역이 다양하고 각 영역마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과정도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대중의 인기라는 측정이 모호한 기준도 감안해야 한다. 빌보드 차트, 아카데미영화상, 에미상 등 권위 있는 해외 시상식은 많지만 하나하나 따져 기준을 정하는 디테일은 매우 복잡하다.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디테일한 영역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좋은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BTS로 촉발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논란은 2022년 말까지로 시간제한이 분명하다. 2023년이 되면 BTS의 최연장자 멤버인 진(본명 김석진)이 입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BTS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거듭돼 왔다. 2020년에도 이 문제가 한창 뜨거웠는데 당시 국회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는 허용하지 않지만 자격을 갖춘 대중예술인의 군 입대를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어찌 보면 국회가 숙제를 2년 미뤄 놓은 셈이다. 진이 27세로 군 입대를 앞둔 2020년에 기존 입대 연기 제한을 28세를 30세로 바꾼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이 30세가 되는 2023년을 앞두고 2021년부터 다시 국회는 관련 병역법 개정 논의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결국 국회는 공포기간 감안 병역법 개정 데드라인인 6월 30일까지 병역법 개정을 하지 못했다. 이제 정부의 병역법 시행령 개정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7월에도 정부에서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화두를 던진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대사인 BTS가 군 복무 대신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병역특례를 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제안한 것. 국가 차원에서 공격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은 BTS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후 본격적인 정부의 병역법 시행령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제외한 최우선 아젠다로 부산엑스포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병무청과 국방부 등 주무부처는 병역자원 감소와 형평성 등의 이유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허용에 반대 입장이다. 그렇지만 월드스타인 BTS의 존재감, 그리고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2030부산엑스포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2030부산엑스포 유치 목적으로 BTS에게 이례적인 병역특례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할 수도 없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정치권에선 새로운 대안이 하나 거론되고 있다. 사실 새로운 대안은 아니고 2020년에 국회에서 이미 한 번 사용한 방식이다. 2020년 개정된 병역법의 핵심 내용은 일부 대중문화예술인의 입대 연기를 허용하는 것으로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상이며 연기 상한선은 30세다.
당시 병역법 개정을 두고 대중가요계 등 연예계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21년 4월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현실성 없는 방안이 오히려 대중문화예술계의 상대적 박탈감만 가중시킨다며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기준 때문이다.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대중문화예술인에게는 훈장만 수여되고 포상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본 시행령을 적용받으려면 문화훈장을 받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20대 대중문화예술인이 문화훈장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포상후보자 추천 공고’를 통해 밝힌 문화훈장 수훈 조건은 ‘15년 이상 활동하며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자’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늦어도 13세에 데뷔해야 한다. 기존 입대 연기 상한선이 28세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28세까지는 15년 이상 활동을 해 문화훈장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BTS는 데뷔 6년 차인 2018년에 이례적으로 문화훈장 가운데 5등급에 해당하는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2020년에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은 BTS의 군 입대 연기를 위한 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되 2020년에 개정된 병역법의 입대 연기 기준인 ‘문화훈장 또는 문화포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인’을 그대로 차용하면 된다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BTS만 병역특례가 가능한 방식이지만 2020년 병역법 개정 당시 반대 여론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여론의 동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당시 연예계에서 상대적 박탈감 등을 이유로 반대했음을 감안하면 같은 기준으로 병역특례까지 허용될 때 연예계가 더 크게 반발할 수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다시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가능성이 높고, 가요계뿐 아니라 배우와 방송인 등 연예계 전반에서 반대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