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기념파티 참가비 둘러싼 갈등, 사업자 등록 사실 밝혀져 격화…매니저 유 씨 “폐쇄나 양도 없다”
국내 최대 위스키 커뮤니티인 ‘위스키 코냑 클럽’(위코 클럽) 회원 A 씨의 말이다. 위코 클럽 설립 15주년 기념 파티 준비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한 번에 터지며 카페에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회원은 카페 탈퇴하겠다고 나섰고, 카페 매니저인 유 아무개 씨(재키) 해명 글에 조롱성 댓글을 다는 모습도 포착된다.
지난 9월 29일 유 씨는 15주년 기념 파티 공지 글을 카페에 게시했다. 유 씨는 10월 29일 위코 클럽 15주년 기념 파티를 하겠다며 참가 신청을 받겠다고 했다. 유 씨는 “행사에 음식은 제공되지 않으며, 견과류와 음료 등은 충분히 준비되니 참조해 달라”고 말했다. 참가비는 12만 원이며 BYOB(Bring Your Own Bottle·자기 술을 직접 준비하는 방식) 할 경우 가져온 술 가격에 따른 참가비를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글 게시 초기에는 오랜만인 행사를 기대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G 회원이 댓글을 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G 회원은 “행사 후 카페 정모 내역 정산은 공지가 되나. BYOB 없이 참가비 12만 원으로 참가하면 참가비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궁금할 것 같다”고 썼다. 이에 유 씨는 “별도 공개 여부는 미정이다. 대략적으로는 발표할 수 있을지도 ㅎㅎ”이라고 답변했다. 위코 클럽 회원들은 가볍게 웃어넘기는 유 씨 태도에 대해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모임 세부 내역도 논란이 됐다. 12만 원 참가비를 내면 시음쿠폰 40장을 받을 수 있다. 시음쿠폰은 행사장에 있는 위스키를 10ml씩 마실 수 있는 쿠폰이다. 여기에 5만 원 내외의 술을 가져와 BYOB 할 경우 7만 원 참가비를 내고, 10만 원 내외는 3만 원, 15만 원 이상 병을 가져와 BYOB 할 경우 참가비 1만 원을 내야 했다. 다만 15만 원, 20만 원, 30만 원 이상의 술을 가져와 BYOB 할 경우 시음쿠폰을 일정 개수 더 주는 방식이었다.
또한 유 씨는 ‘BYOB 우선 요청 리스트’라며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참가비 12만 원보다 훨씬 고가인 야마자키 12, 스프링뱅크 12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30만 원 이상 위스키를 가져와도 1만 원씩 참가비를 내야 하고 주는 건 견과류밖에 없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위스키 없이 참가해도 12만 원인데 누가 30만 원 위스키를 가져가서 참가비 1만 원을 내냐’는 얘기가 나왔다.
더군다나 유 씨는 BYOB로 가져간 위스키는 돌려줄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 씨는 ‘위스키를 다시 돌려주려면 절차가 복잡하다’고 했지만, 일부 회원들은 ‘BYOB 방식에서 가져온 술은 내 것인데 왜 당신 것이 되느냐’는 항의성 반응도 나왔다.
회원들은 ‘참가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유 씨는 ‘15주년 기념 파티 수입, 지출 예산 예상’을 공유했다. 그런데 지출 예상표가 지나치게 허술했다. 대부분 1만 원 단위로 딱 떨어지는 예상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관비 330만 원’, ‘글라스 300개 75만 원’, ‘기타 잡비 100만 원’ 등 자세한 내역 없이 두루뭉술했다.
회원들은 ‘영수증이나 입금, 출금 내역을 자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유 씨는 영수증 세부 내역 공개가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한 회원은 “행사에 쓴 영수증 공개가 어려운 정확한 이유가 무엇이냐. 적자든 흑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물었다. 또 다른 회원도 “다들 성인인데 적자 나면 어떠냐. 적자분을 나눠 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유 씨 말에 반박했다.
유 씨는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 기회에 참석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유 씨는 “15주년 기념 파티는 즐기려는 분들께 참석을 권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댓글로도 “이상한 거 자꾸 따지는 분들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불안하고 불편하면 그냥 패스하셔도 된다”고 적었다.
유 씨가 세부 내역 공개를 사실상 거부하자 회원들이 직접 팩트체크에 나서기도 했다. 먼저 호텔 대관비 330만 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한 회원들이 직접 호텔 측에 문의한 결과 200만 원 초반 견적을 받은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글라스 값도 비판 대상이었다. 유 씨는 평소 글라스 300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글라스 300개 비용으로 75만 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잔 렌트비가 2500원이냐’는 의문을 표했고 예산안은 ‘견과, 물, 컵 100만 원’으로 바뀌기도 했다.
또한 유 씨는 예산안에 적은 것처럼 15주년 행사를 회원 참가비로만 운영하려던 게 아니라 여러 수입사로부터 현찰 지원을 받아내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위스키 수입사 직원은 ‘보통 다른 위스키 커뮤니티 경우 잔이나 위스키 등을 협찬해 달라고 하는데 유 씨는 현찰을 요구해 왔으며 내부 논의 끝에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 9월 공정위는 ‘뒷광고’를 막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에서도 홍보 대가로 돈이나 제품을 받았다면 글이나 행사 내용 등에 무조건 이유 관계를 표시해야 한다. 유 씨가 광고 표시 없이 올린 글이 있다면 행정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회원 갈등이 극에 달한 건 유 씨가 카페를 매개로 한 사업자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다. 15주년 기념파티를 두고 ‘참가비는 현금 영수증이 되냐’는 질문에 유 씨는 ‘사업자가 없어서 안 된다’고 거절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까지도 유 씨는 그동안 사업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른 위스키 관련 커뮤니티인 ‘위스키 꼬냑 클럽 대피소’가 유 씨가 해명과 달리 사업자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처럼 유 씨는 사업자가 없다는 말과 달리 지난해 사업자를 냈고, 올해에는 사업자가 일반 과세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간이과세자는 연 매출 8000만 원이 넘을 때, 혹은 간이사업자 배제 업종 등을 영위하는 경우 일반과세자로 전환된다.
유 씨는 “최초 사업자 등록 당시부터 변경된 시점 및 그 이후 현재 시점까지도 사업자를 활용한 사업을 한 사실이 없다. 관련 매출이나 소득, 세금 등이 발생한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 씨가 사업자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회원 반발이 극에 달했다. 회원들은 카페가 동호회가 아닌 한 사람의 영리 사업장이었다는 것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 씨 이름으로 된 사업자 정보가 카페에 하단에 정식 등록됐다. 한 회원은 “매니저가 아닌 사장님으로 불러야겠다”고 하거나 또 다른 회원은 “여러 사람이 만들어온 커뮤니티를 개인이 소유하는 행위 아니냐”며 사업자 낸 것에 분노했다.
사업자 정보가 공개되자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위코 클럽에서는 등급 상향 시 개인정보를 받아왔는데, 동호회 수준이었던 카페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정식 사업자가 된 만큼 개인정보 관리가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사업자가 있음을 고지도 않았고 광고성 문자도 몇 차례 보냈던 일도 있어 개인정보 관리를 두고 회원 불만이 빗발쳤다. 이에 유 씨는 보관했던 개인정보를 다 없앴다면서 대부분 회원을 처음 가입한 사람인 비지터 등급으로 강등시키고 등급별 게시판도 없애버렸다.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유 씨를 향한 비판과 ‘사퇴하라’는 회원들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유 씨는 불만을 드러낸 글이나 댓글 다수를 삭제하고 강퇴시키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대부분 카페에서는 글 삭제나 강퇴 등 징계 시 해당 글을 캡처하고 징계 사유를 적어 게시판에 공지하는데 무차별적인 삭제와 탈퇴 조치는 폭압적인 운영 방식이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10월 4일 유 씨는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안내’라는 글을 통해 “카페 중지나 폐쇄 없다. 매니저 교체나 선출 예정도 없으며 법적 분쟁에는 법적으로 대응 예정이다”라고 못 박았다. 일부 회원은 ‘어차피 영리 목적인 거 몰랐냐’고 옹호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댓글은 유 씨 운영 정책을 비판하는 쪽이었다.
위코 클럽 회원이었던 A 씨는 유 씨의 일방적 태도는 지난해의 기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A 씨는 “지난해 생일 관련 소동으로 카페가 혼란에 빠졌을 때도 불만 있던 사람을 강퇴시키고 글을 삭제한 뒤, 활동을 재개하면서 별일 없이 넘어갔다. 그때 2만 명이 채 안 되던 위코 클럽 회원 수가 위스키 붐을 타고 최근 7만 명을 넘어섰다. 그때 회원 불만이 아무렇지 않게 무마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모르쇠로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10월 4일 유 씨가 남긴 안내 글 기점으로 회원들이 카페를 손절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위코 클럽 회원들은 자신들의 시음기나 구입기 정보가 영리활동으로 사용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스스로 쓴 게시물과 댓글을 자진 삭제하고 다른 카페로 옮겨가는 현상도 보였다. 위코 클럽 내에서 등급이 높았던 회원이 또 다른 카페를 만들었고, 회원들이 대거 해당 카페로 이동하면서 현재는 새로운 카페가 국내 최대 위스키 애호가 카페였던 위코 클럽보다 새글 등 일부 활동 지수가 더 높은 상황이다.
유 씨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더 이상 카페 분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무료 나눔, 마트 행사, 새로운 위스키 홍보 기사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유 씨는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므로 질문에 대해 답변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며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변은 위스키 코냑 클럽에 이미 몇 차례 게시글로 공개 답변한 바 있으니 내용 참고 바란다”고만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