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선결제’ 피해자 집단 고소 준비…매장 대표 “관리 사장 횡령 탓” 관리 사장 “폐업할 정도 아냐”
J 업체는 판매량만 따지면 한때 우리나라 주류판매점에서 수위를 다투던 곳이었다. J 업체는 법인으로 주류판매점 외에도 바와 음식점 등을 영업했다. 위스키 마니아로 알려진 도 아무개 씨는 “J 업체는 몰트 바가 생소하던 때부터 충청이란 불모지에서 바를 운영했다. 특히 주류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사이트에서는 경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틀(병)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스키 마니아 C 씨는 “J 업체는 등급별로 다르지만 대략 100만 원을 미리 결제하면 110만 포인트, 500만 원을 미리 결제하면 600만 원을 쓰게 해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회원을 확보했다”면서 “업체가 위스키 마니아들이 간절히 원하는 희귀 제품을 구해주기도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런 J 업체가 2021년 초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어느 순간부터 수입사에 결제해주는 금액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술을 주문한 고객들이 병을 손에 받기까지 기간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 씨는 “J 업체에 주문하면 그때 (위스키 원료인) 보리를 심는다”는 말이 업계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월급이 체불돼 그만두는 경우가 늘어났다.
J 업체에서 일했던 직원 A 씨는 “본격적으로 사업체가 어려워진 것 같다고 느낀 건 2021년 5월부터인 것 같다. 월급이 제때 안 들어오는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제때 물건을 받지 못하면서 항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면서 “나도 약 4개월간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소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가 폭발한 건 2021년 11월 J 업체 대표가 블로그에 “관리 사장이 횡령과 배임을 했다”며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올리면서다. 그 후 J 업체는 폐업한다. J 업체에 선결제 해둔 사람들은 돈을 받을 방법이 없게 됐다. 일부는 J 업체가 운영하는 바에서 사용하는 주류를 포인트 대신 받아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단체 채팅방에 모여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단체 채팅방에서 확인된 피해 금액은 2억 원 이상으로 전해지는데 이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자 B 씨는 “소송 관련한 내용은 공유하기 어렵다. 뭔가 진행이 되면 그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환불 계획을 묻는 질문에 J 업체 대표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시점은 아니지만 내가 최대 피해자다. 20억 원 넘게 피해를 보고 회사가 망했는데 지금 환불 계획을 묻는 건 너무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11월 말 J 업체 대표는 블로그 글에 “조금만 시간을 주면 반드시 책임지고 갚겠다”고 쓴 바 있다.
J 업체 운영을 맡았던 사장은 “3년 동안의 계좌 내역을 이미 전달했다. 내가 일부 잘못한 점도 있지만, 그건 J 업체와 무관하거나 관련이 있더라도 업체가 흔들릴 정도의 피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국내 최대 위스키 판매업체가 쓰러지는 과정을 보면서 업계에서는 위스키 붐에 찬물을 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도 씨는 “독립 병입 등 일부 위스키는 국내까지 들여오는 과정에서 몇 달 전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J 업체 같은 곳도 망하는 걸 보면 누가 마음 놓고 예약을 하겠나”라고 걱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