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제 팬티에 사인 좀…”
스타와 팬이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팬 사인회다. 스타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팬들은 스타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하니 이보다 더 좋은 팬 서비스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행사로 치러지는 팬 사인회가 항상 훈훈한 것만은 아니다. 스타를 향한 과한 사랑이 때때로 선을 넘어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본다.
▲ 2006년 백화점 팬 사인회에서 아찔한 경험을 한 김아중. 이종현 기자 |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소속사 사무실엔 한 통의 소포가 도착했다. 문제의 소포 안에는 당시 잘린 김아중의 머리카락과 함께 김아중의 건강에 아무 이상도 없다는 건강검진서가 한 통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범인(?)이 김아중의 건강이 우려돼 대신 건강검진을 받아준 황당한 사건인 것. ‘병 주고 약 주고’를 몸소 실천한 범인 덕분에 김아중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음이 판명되었지만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은 결코 아니다. 그런 탓에 김아중은 아직도 팬 사인회를 힘겨워한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이병헌과 신현준. 90년대 이들은 청춘스타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때문에 이들의 팬 사인회가 열리는 날은 어김없이 경찰기동대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함께 출연한 영화 <지상만가>의 개봉 당시 이들은 전국을 돌며 팬 사인회를 열었다. 두 청춘스타를 만나기 위해 전국의 소녀 팬들은 저마다 사인지를 들고 모였으며 팬들의 사랑에 두 배우도 팔이 빠져라 사인으로 보답했다.
대구에서 사인회가 있던 날이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사인을 기다리던 팬들. 각자의 차례가 오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두 배우를 향한 사랑을 표시했다.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우는 팬이 있는가하면 악수한 손을 놓아주지 않는 팬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 두 배우가 사인을 하던 책상을 누군가 갑자기 똑똑똑 두드려 두 스타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야 했다. 아뿔싸! 한 여성 팬이 치마 속 자신의 팬티를 벗으며 팬티에 사인을 요구해온 것.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 사인회 장소로 이동한 두 사람. 다음 장소는 부산이었다. 부산 팬들의 열기도 대구 못지않았고 역시나 성황리에 사인회는 개최됐다. 그런데 사인회 도중 또 다시 들려온 똑똑똑 소리. 대구에서의 그 여성 팬이 부산까지 따라왔던 것이다. 결국 경호원들의 제지에 못 볼 꼴 보여주고(?) 쫓겨난 이 여성 팬. 두 스타는 아직도 이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 틴탑은 소녀팬들의 격한 사랑 표현 탓에 최근 고민에 빠졌다. 사진제공=SBS |
때론 팬들 앞에서 스타가 굴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팬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다보니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이는 곧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컴백 준비 중인 H.O.T 출신의 가수 이재원.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첫 솔로앨범 발매를 기념해서 가진 팬 사인회에서 피를 보는 아찔한 사건을 겪었다. H.O.T 시절부터 따라다니던 수백 명의 열성팬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팬들이 모두 모인 대규모 팬 사인회 날. 이재원도 팬도 모두가 부푼 마음을 안고 행사가 시작됐고 별 탈 없이 사인회가 진행됐다. 그런데 행사 막바지에 갑자기 팬들의 함성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스타를 가까이서 봤다는 기쁨의 함성이 아닌 경악과 공포의 함성이었다. 이유인즉 한 팬의 사인지에 이재원의 피가 뚝뚝 흐르기 시작했던 것. 앨범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이었는지 갑자기 이재원이 코피를 흘렸던 것이다. 그만큼 피곤한 상황이었지만 팬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를 중간에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전설의 아이돌 이재원은 휴지로 잔뜩 코를 틀어막은 채 팬 사인회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
▲ 임은경(왼쪽)과 황보라. |
스타를 보러 팬 사인회 장에 갔다가 운명이 바뀐 이들도 여럿 있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신비소녀 임은경이 천호동 집근처에서 열린 배우 이병헌의 팬 사인회에 갔다가 캐스팅된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탤런트 황보라 역시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연히 차태현의 팬 사인회장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차태현의 매니저에게 픽업됐다. 오랜 고민 끝에 서울로 전학까지 결심해 기어이 연예인이 되고만 황보라.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두툼한 입술이 (차태현과) 닮았는지 매니저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회상한다. 덧붙여 “팬사인회장에서는 연예인에 비해 매니저들의 업무(?)가 적다보니 캐스팅 가능성이 높다”는 지망생들을 위한 나름의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