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쇼를 한다는 것을 칭찬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그 필요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쇼는 그 목적과 의도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특정한 정책에 대해 여론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쇼를 하는 경우다. 둘째는 대통령이나 특정 정치인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쇼를 하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때 이런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쇼를 하는 경우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특정인을 위해 정치적 쇼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특정 정책을 지지하게 만든다”는 비판 또한 직면할 수 있다. 정책이란,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필요성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필요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계몽하려고 든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 경우는 단순히 비판하기 힘들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적 갈등을 축소하는 것인데, 국민이 불안감을 가지면 사회적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는 국민의 불안감을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과 정부가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10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 회의를 언론에서 생중계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 까닭이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이름만 '비상경제민생 회의'였다. 비상과 민생은 없고,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80분간의 정치 쇼였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들도 ‘윤 대통령 자신이 보여주기식 쇼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쇼를 하고 말았다’는 식의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주장처럼, 분명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당 회의를 생중계한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쇼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자신이 한 말을 부정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회의에서 나온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을 보면 단순히 비판만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당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은 분양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6년여 만에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1월 중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할 것이며, 규제지역에서 집값의 20~50%까지만 빌릴 수 있도록 한 LTV(담보인정비율) 규제도 집값과 상관없이 50%로 통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언급을 보면 ‘레고랜드 사태’로 비롯된 건설사들과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여주려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물론 이를 두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까지도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정부의 기조가 180도 바뀐 것 같으니 당연히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고 비판할 수 있고 정책 기조가 이렇듯 바뀌니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해 건설사 연쇄 부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적 우려와 불안감을 최소화시키려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지금의 금리 상승 추세로 봐서는 이런다고 건설 경기가 갑자기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국민과 기업의 불안 심리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쇼가 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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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