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지하철 이용객 수 예년보다 30% 많아…경찰 200명 인파 아닌 범죄 단속 주력 ‘인재’ 지적도
이태원 참사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는 행정당국의 사고 예방 조치가 안일했다는 의견이 거듭해서 올라왔다. 비슷한 규모 집회에 동원되는 경찰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숫자가 현장에 투입됐으며, 과거 핼러윈 때와 달리 올해는 일방통행 등 인파 통제도 안 됐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용산경찰서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치안 강화를 위해 10월 29일 200명 이상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다. 다만 도로 통제 등 인파 관리가 아닌 강제추행과 마약범죄 등 단속에 주안점을 뒀다. 경찰은 하루 약 1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 200명 배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고 당일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 통상과 달리 소방이나 경찰 인력을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예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는 이 장관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올해 이태원에 몰린 인파는 예년보다 약 30% 많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13만 131명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전 이전 5년 동안 핼러윈 직전 토요일 이태원역 평균 이용객 수 9만 9151명을 31.2%(3만 980명) 웃도는 수치다.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2019년 10월 26일 9만 6463명, 2018년 10월 27일 10만 2178명, 2017년 10월 28일 10만 3972명, 2016년 10월 29일 8만 3765명, 2015년 10월 31일 10만 9378명이었다.
해외처럼 핼러윈 시즌에 이태원 일대 인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홍콩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란콰이퐁 사례를 소개하며 "동선이 집중되는 모든 골목에 입구와 출구를 설정, 펜스 설치,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통제한다"며 "이태원도 란콰이퐁과 같은 방식이었다면 통제가 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란콰이퐁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비슷하게 1993년 신년맞이 행사 때 압사 사고가 발생해 20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후 인파 통제를 현재처럼 강화했다.
10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와도 안전 대책이 비교되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예상됐던 여의도 일대에는 당시 소방재난본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영등포 소방서·경찰서 등이 종합안전본부를 꾸렸다. 인력은 1800여 명이 동원됐다. 안전펜스가 곳곳에 설치됐고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 여의나루역 출입구는 하차 승객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일요신문은 30일 오전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전날 이태원 일대 인력 배치 등에 대해 물었지만 형사과 관계자는 "지금은 대답할 상황이 안 된다"고 답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