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팀 중 평균연령 52.5세 최저 ‘예고된 돌풍’…한철균 감독 “포스트시즌 선배들 넘어 정상 오르길 기대”
이 경기 전까지 고양시가 9승 3패로 1위, 스타 영천은 8승 4패로 2위여서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1, 2위 간의 대결이었다. 1국을 먼저 내주고도 2, 3국을 잇달아 잡으며 역전승한 고양시는 스타 영천과의 간격을 2게임차로 벌리며 남은 14라운드 결과에 관계없이 1위를 확정지었다.
#김승준·김찬우 투톱, 합작 20승 우승 이끌어
신생팀이었지만 고양시의 돌풍은 선수선발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시니어리그에선 흔히 ‘나이가 깡패’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한 살이라도 어릴수록 세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 올해부터 출전 자격을 얻은 김승준 9단과 김찬우 6단을 1지명과 2지명으로 영입했다. 고양시가 참가 8개 팀 중 평균연령이 52.5세로 가장 낮았으니 우승후보로 꼽힌 것은 당연했다.
운도 따랐다. 첫 출전한 김승준 9단을 지역연고 선수로 영입하기 위해(김승준은 경기도 군포 출신) 경기도를 연고로 하는 3팀인 의정부, 부천, 고양시가 추첨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철균 고양시 감독이 픽업에 성공하면서 우승의 발판을 다진 것. 이어 2지명 1순위로 김찬우, 3지명 백성호 9단, 4지명 이영신 6단을 영입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 중 친구 사이인 김승준, 김찬우 둘은 김승준 11승 2패, 김찬우 9승 4패로 합작 20승을 올리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좋은 성적은 아마바둑 활성화로 이어져
감독 원년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한철균 고양시 감독은 “우승 열쇠를 김찬우 6단이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김찬우 6단이 운영하는 사업으로 인해 오래 동안 바둑판을 떠나 있어 실전대국 경험이 부족해 전반기에 고전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상대 1지명 3명을 연속으로 꺾는 등 신진서급 활약을 보이면서 팀도 같이 궤도에 올랐다. 김찬우 6단이 컨디션을 되찾는 데 최기훈 코치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팀 젊은 기사들이 선배들을 넘어 정상에 올랐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은 청출어람이냐,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냐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팀으로는 강력한 ‘1승 카드’ 유창혁 9단(12승 1패)을 보유한 서울데이터스트림즈를 꼽았다.
한편 주종휘 고양시바둑협회 회장은 “고양시가 시 승격 30주년과 고양특례시 원년을 기념해 바둑팀 창단을 지원했는데 선수단이 바로 큰 선물을 안겨줘 보람을 느낀다. 올해 성적이 좋으니 내년엔 KBF바둑리그에 출전할 아마추어 팀도 만들고 일반 동호인, 어린이, 여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둑대회도 고양시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겨루는 포스트시즌은 11월 9일 시작될 예정. 편강배 2022 시니어리그의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500만 원.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자에게 70만 원, 패자에게 40만 원을 지급한다.
[승부처 돋보기] 2022 편강배 시니어바둑리그 3라운드
흑 유창혁 9단 백 김승준 9단, 289수 끝 백4집반승
[장면도] 흑의 과수
고양시 주장 김승준과 데이터스트림즈 주장 유창혁의 대결. 김승준은 이전까지 상대전적 2승 9패로 크게 뒤져 있었지만, 올해 삼성화재배 예선 승리에 이어 2연승에 도전한다.
곳곳에 흑의 실리가 짭짤하고 중앙도 두터운 국면. 이 시점에서 인공지능(AI)은 흑의 승률을 75%, 약 4집반 우세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백1로 밀어 올렸을 때 흑2가 과수. 백3으로 끊겨 국면이 복잡해졌다.
[장면도1] 흑의 정수
백1에 흑2로 늘어두었다면 무난히 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음 흑24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이 그림이라면 흑이 3집반 정도 우세했다.
[장면도2] 흑의 패착
백△로 끊었을 때 흑1이 패착이 됐다. 흑3은 정수지만 백4의 붙임이 좋은 수. 자체로는 중앙에서 수가 안 나지만, 백6에 돌이 채워지는 바람에 백8로 상변 흑이 잡혀 승부가 결정됐다.
[장면도3] 흑의 최선
흑에게 착각이 있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제라도 흑1, 3으로 물러서고 5, 7로 우변을 넘었으면 여전히 흑이 우세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