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대부분 국가 애도기간 자발적 휴업…일부 주점 호객행위 “우리도 음악 낮추고 영업 축소”
핼러윈 당일 밤 홍대 클럽 거리를 찾았다. 이곳에 위치한 유명 클럽은 대부분 애도 기간 내 영업 중단을 알린 상태였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클럽으로 유명했던 ‘NB’ 등은 이태원 참사를 애도한다는 뜻을 적은 휴업 안내 공지문을 문 앞에 붙여 놓기도 했다.
클럽 영업 여부를 둘러보려 거리를 찾았던 일부 시민들은 공지문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신촌 거주 주민 A 씨는 “이태원 쪽 클럽이 다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홍대 쪽은 영업을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다. 대부분 클럽들은 SNS(소셜미디어)로 휴업 공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11월 1일 기준 홍대 NB, 강남 레이스·페이스, 이태원 메이드 등 유명 클럽 다수는 애도 기간 동안 오픈하지 않는다. 서울 소재 클럽의 경영진 B 씨는 “희생자들 중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저희도 그런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와 공간을 제공하는 입장으로 충분히 애도를 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휴업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홍대의 경우는 이번 참사 사고 직후 이태원 클럽이 문을 닫자 ‘클러버(Clubber·클럽을 다니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간 곳으로 대중들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0월 30일 밤, 참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여전히 평소처럼 영업하던 홍대의 일부 클럽이 보도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관할 지자체인 마포구청은 이른 아침부터 새벽까지 홍대 거리 곳곳을 돌며 영업 중인 클럽과 감성주점, 포차 등에 자제를 부탁했다.
10월 31일 밤 홍대 축제 거리에서 만난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영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애도의 의미에서 최대한 차분한 분위기로 운영될 수 있게끔 음악 소리를 줄이는 등의 요청을 드리고 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10월 30일 기준으로 무대가 설치된 마포구 소재 업소 57곳 가운데 48곳이 휴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은 대다수 문을 닫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감성주점은 평소대로 문을 열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부터는 일부 주점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거나 호객 행위를 위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점 직원 C 씨는 “영업을 한다고 해서 애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다만 저희도 최대한 음악 소리를 낮추고 영업시간을 축소하는 식으로 방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핼러윈데이 홍대 거리의 명물이었던 화려한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캐릭터의 복장을 입고 흉내 내는 것)도 평소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소수의 일본 만화 캐릭터 복장을 한 이들이 있었으나 사진을 촬영하는 등의 소란 없이 거리를 지나갔다.
검은색 옷을 입고 홍대 축제거리에 위치한 이태원 대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추모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 D 씨는 “자주 오가던 이태원에서 그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핼러윈데이에 홍대도 종종 방문했었는데 이렇게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를 맞는 것은 처음이다. 모두 슬픔에 짓눌려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156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다쳤다(11월 1일 오전 11시 기준).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단일 사고 최다 인명피해로 기록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